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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지 못한 그 때의 우울처럼 외1편 / 박복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9/25 [23:29] | 조회수 : 266

 

▲     © 시인뉴스 포엠



씹지 못한 그 때의 우울처럼

 

 

 

멍 자국이 쉬 지워지지 않는다. 허공에 새긴 이파리들의

푸른 멍. 바람이 뒤꿈치를 들었다 놓을 때마다 욱신거린다

바닥에서 뽑아 올린 저 몸짓은 통증이어서 한 때의 기억처럼

지워지지 않는 청춘. 흔들리거나 기울거나 우울하다.

 

통증은 아물지 않아 번지는데

 

후드득, 떨어지는 이파리처럼 내가 잊는다 해서 잊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멍은 솔잎처럼 뾰죽한 마음들을 내려놓으며

더욱 쓰라려졌다.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후, 몇 장의 편지를 읽으며 욱신거리는 통증을 흔드는

바람 속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붉은 십자가처럼 서 있었다

어떤 사랑으로 바람은 불어오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유리창이 빗방울을 흘리며 울고 있다

 

 

   

 

 

 

가을밤

 

 

 

풀벌레 울음소리 어쩔 수 없었다

이파리의 흔들림은

오늘이 쉴 새 없이 중얼거린 반성이어서

외면하듯 흔들리는 그림자는

아직 이별을 통보하지 않았다

마루 밑 고양이 울음은 고요를 할퀴고

불빛은 아픈 만큼 객지여서

바닥은 밀봉된 내가 피었다 질 때

두리번거릴 뒤란이다

빗장은 풀었으나 닻을 내린 계절은 간략해졌고

쇠기러기 하늘에 쓴 탯줄이었으므로

나는 울지 않기로 한다

문풍지 섧게 떨어 저녁은 외로워졌고 나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박복영

전북 군산출생. 방송대 국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 등단.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시조.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성호문학상등,

시집낙타와 밥그릇, 시조집바깥의 마중.

오늘의 시조회의와 전북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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