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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외 1편 / 허은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1 [18:38] | 조회수 : 203

 

▲     © 시인뉴스 포엠



동행 외 1

 

 

 

ㅂ이 없는 빵과 ㅇ이 없는 우유를 마시고

집에 들어서면 ㅂ이 빠진 아빠와 ㅇ이 빠진 엄마가 있다

 

없는 것들은 서로 닮은 구멍이 있어

헐렁한 방향으로 쏠리는 속도를 갖기도 하지

 

탈선한 객차에 실린 짐짝들이

비슷한 표정으로 안심하며 흔들리는 것처럼

 

이 빠진 접시에 손가락을 베인

이런 날 무릎을 꿇으면

멋진 방언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없는 죄까지 빌려 와

죄다 불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건 가짜에 떨고 있다는 고백이란다

구멍이 많은 사람들만 지켜주는

()이 있지

구멍 난 곳으로만 흐르는, 그러니

이제 환()을 떼어내렴

 

구멍 가린 커튼을 들출까 말까

불완전한 자막들이 손을 모은다

     

 

 

 

 

 

 

이기적인 대화

 

 

노킹 언 헤븐스 도어를 들으며

노킹과 헤븐스를 발음하다 이제 막 지나간

기타의 에이마이너만 좇는 귀를 발견했어요

겨우 몇 분의 시간과 몇 뼘의 공간에서

우리의 대화는 왜 기어이 절름발이가 되는지

무심코 눈이 맞은 에이마이너는

이미 손을 놓고 도망중인데요

하나의 음절만 귀에 담는 우리의 감상법은

마디 잘린 토르소처럼

굽히는 방법을 모르고 굽히는 곳도 찾지 못하죠

잘려 나간 팔 다리는 어느 벽에 붙어

허기진 음을 매달고 있을까요

언제까지 짝이 다른 신발을 주문해야 하나요

절뚝절뚝 무너져야 하나요

노킹 언 헤븐스 도어

 

 

    

 

 

 

 

허은희 : 2003시사사로 등단. 시집 열한 번째 밤.

28회 인천문학상 수상. 3회 시사사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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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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