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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각(蝸角)을 위하여 외1편 / 김도향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2 [00:36] | 조회수 : 166

 

▲     © 시인뉴스 포엠



와각(蝸角)을 위하여

 

김도향

 

 

 

 

없는 길은 만들어서 가기

모래밭에서 숨은 바늘 찾기

바늘 찾아서 황소 사들이기

황소 먹여서 장에다 내다 팔기

바닷물이 마를 때를 기다리기

바다를 메꾸어 밭이랑 만들기

보릿단 세워서 푸른 탑 만들기

탑 꼭대기 올라 태산을 넘어가기

태산에 올라 하늘에 닿기

하늘 무너뜨려 고속도로 닦기

고속도로를 달려가 달 찾기

달 찾아 토끼 만나서 애 하나 낳기

별나라 날아가 별을 따서 목에 걸기

웃다가 실신해 잠들기

꿈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뿔

어디까지 뻗어갈까

꿈속에서 깨어나지 않기

제 가는 길 돌아보지 않고

그 길 따라가다 백발白髮 맞겠네

 

 

 

 

   

생각 끌고 가기

      

김도향

 

 

 

 

한 생각을 끌고 가는 일은

고삐 풀린 황소 한 마리 끌고 가는 듯하다

 

열두 고비를 넘고 넘어야 닿을 수 있는,

한 눈 파는 사이

남의 콩밭으로 황망히 뛰어들고

한 고삐 늦추는 사이 또 논물 핥아먹고

한숨 돌리는 순간 또 다른 길로 접어드는,

깜박 조는 사이 산등선 하나 넘고

코앞에 끌어다 놓으면

다른 암소 엉덩이 쳐다보고 침 질질 흘리는,

오리쯤 가다가 풀 한 번 뜯고

십리쯤 가다가 되새김질 한 번 하고

백리쯤 가다가 오줌 한 번 지리고

흐르는 강물처럼 한 곳에 멈출 줄 모르네

 

그러다가

꽃러럼 피워놓은 똥무더기

마침표 찍듯 흔적없이 사라지네

 

 

 

 

 

김도향

 

시와소금 등단

시집 <와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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