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오늘의 사과 외1편 / 박은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2 [00:41] | 조회수 : 290

 

▲     © 시인뉴스 포엠



오늘의 사과

 

 

 

흠과를 샀습니다

잘난 놈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시시각각 못생겼죠

요즘 시대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청문회 한 번 하면 다 나와요

기억이 안 난다고요?

 

퍽퍽한 사과입니다

 

멍이 많아요

익다가 설익다가 크기도 제각각이죠

간혹, 썩은 사과가 섞여 있지만

그건 자본주의의 핵심,

한두 개 쯤은 알고도 넘어가야 합니다

 

흠과를 먹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건

고전이에요

껍질을 깎으면

그놈이 그놈이더라고요

빨갛게 웃는 얼굴에 속지 말아요

그렇게 화도 낼 거예요

 

때깔 좋은 것보다 흠과를 선택하세요

갈아먹기도 괜찮아요

장담하건대,

오늘은 죽지 않을 겁니다

 

빨간 사과가 독 사과잖아요

 

 

 

 

비만

 

거울은 비좁은 공식

 

(덧셈은 쉬운데 뺄셈은 어렵다) 괄호 안의 식을 대입하며 숫자를 더한다 무게에 눌려 야식을 더하는 날엔 밤은 무한대로 흐르고 정육면체 치킨 무만 남는다

 

아침은 버릴 것인가

 

모든 문제는 죄다, 뺄셈으로 이뤄졌다 빼기를 못하는 것은 이 시대의 비극, 비 사이로 막 가는 당신은 나를 징그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스멀스멀 오늘의 정수에서 스물을 더하면 근의 공식 따윈 외우지 않아도 되겠지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거나 삼십 센티 자를 장롱 밑에 숨기지 않아도 되겠지

 

채점을 한다 나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무게인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울에 비친 창밖은 같은 식으로

 

비만 내리고

 

 

 

 

 

 

 

--------------------

프로필

 

박은영

2018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2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