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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외1편 / 남상진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2 [00:53] | 조회수 : 145

 

▲     © 시인뉴스 포엠



 

맹그로브

      

남상진

 

 

 

뿌리로 숨을 쉬는 생도 있다

 

척박한 땅에 난생의 몸으로 떨어져 망망한 대해를 떠돌다 다다른 지표면

붙잡을 피붙이 하나 없는 물컹한 진흙 바닥에 그래도 단단히 뿌리 내렸다

 

눈물보다 짠 바닷물이 푸른 혈관의 통로를 지나 두꺼운 손가락 마디 끝

꽃잎으로 빠져나오는 수변 

성성한 자식들 뭍으로 내보내고 맨몸으로 파도를 견뎌온 나무

밀물과 썰물이 수시로 드나드는 간석지에서

나무로 살아가는 일이 속내를 숨기고 혀를 깨무는 여정이라지만

얼마나 숨쉬기 버거웠으면

혀를 뿌리처럼 물 밖으로 밀어 올려

가쁜 숨을 내뱉았을까

 

울먹이는 누이의 손을 잡고

어둑한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는 저녁

요양원의 긴 복도를 따라

수면 위로 뿌리를 드러내고

가쁜 숨을 이어가는 수척한 아버지

이불같은 밀물이 밀려와 

머리끝까지 아버지를 덮고 있다

 

 

 

 

 

 

 

사막의 내력

  

남상진

 

 

 

아내의 뒤꿈치는 일기장이다

그것도 금이 쩍쩍 간 일기장

밤마다 낡은 펜대에 사포를 감아 긁어내는 발

살아온 이력이 빼곡하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고단한 생의 문장

분주히 걸어온 발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상처도

그녀를 눅진하게 녹이지는 못했다

그녀의 발자국은 늘 건조하다

무릎걸음으로 그 발자국을 따라가면

발해만을 지나

몽골제국의 대평원을 지나

고비사막 어디쯤에서 별빛이 된다

부드럽지 못한 기억

한 입 모래알로 서걱거리는 땅

걸어온 시간이 사구처럼 솟구쳐 올라

시야를 가리는 그곳에서

아내는 발바닥을 깎아 일기를 쓴다

돌아갈 여력도 없이

자신을 소진해 버리는 사람

새벽이 되어서야 당도하는 짧은 휴식의 땅

포근한 솜털의 밤은 느리게 찾아와

억 만년 사막의 내력을 별빛으로 속삭일 때

그녀가 털어 낸 뒤꿈치의 내력이

모래 바다로 출렁거린다 

 

 

 

 

 

 

 

    

 

 

남상진 프로필

 

2014 애지등단

ㅡ시집[현관문은 블랙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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