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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을 품다외1편 / 김건화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2 [21:55] | 조회수 : 206

 

▲     © 시인뉴스 포엠



소박을 품다

 

김건화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품은

실금이 간 그릇도 그릇장에 있다

 

여자는 그릇 같아서

함부로 내돌리면 깨진다는

엄마의 당부 말씀도 포개어 놓았다

 

혼자 늦은 저녁을 먹을 때

산다는 건 마음에 금이 간 사람과도

어쩔 수 없이 부둥켜안고 사는 것인가?

 

그릇을 닦다 놓친 마음자리

에움길처럼 생겨난 실금에서

물길 마를 날 없던 어제를 본다

 

쉰이 넘으면 그릇은 사지 말라 했건만

아직도 그릇 욕심 버리지 못해

자꾸만 손이 가는 민무늬 백색 그릇

 

젊은 날은 큰그릇이 되고 싶었지만

나이 들수록 새록새록

말갛게 비운 그릇이 좋다

 

그릇은 소박해야 하고

음식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엄마 말씀에

그릇장인 내 가슴이 뻐근해졌다

      

 

 

 

 

 

시치미 떼다

 

김건화

 

 

뜨거운 등을 차가운 방바닥에 눕힌다

 

휘청 쓰러지는가 싶었는데

토해내던 햇살을 다시 몸 안에

주섬주섬 구겨 넣는 풀들

 

하릴없이 누웠다 일어나며

몸 안 진액 모조리 말리는 동안

겨울을 견딜 집 하나 짓고 싶어졌다

 

사는 일 모두 시름겨워

야위고 휘어진 목줄기 흔들어

춤추는 날갯소리 가득한

슬픔을 아는 풀벌레가 된다

 

바람을 춤으로 환치할 줄 아는

저 가을 억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약력

 

김건화 시인

경북 상주출생

2016시와 경계신인상으로 등단

동서문학상, 산림문화공모전 수상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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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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