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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웃음 외1편 / 채선정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3 [12:21] | 조회수 : 155

 

▲     © 시인뉴스 포엠



천년웃음

 

채선정

 

 

 

천년을 건너온 석상(石像)에는

우주의 웃음 하나 들어 계시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망치와 정으로 새긴 웃음

오방(五方)의 규칙이 쉬었다가는 웃음엔

밀잠자리도 외발뛰기 햇살도

박주가리씨앗의 가잠도 쉬었다 간다.

아랫목 같은, 소리도 없이 호탕함도 없이

빙그레 미소 짓는 웃음은 흔치 않다.

어느 석공이 저 웃음 새기실 때

손끝하나 아프지 않았을 것 같은

웃음에 이끼가 파랗게 돋고

검은 바람의 때가 묻어 있지만

봐라, 잘 생긴 웃음이란

천년을 웃어도 쉽사리 닳지 않는다.

장마철 눅눅한 안색도 반짝

해 뜨게 하시는 웃음.

내 어머니,

어쩌다 맑으신 웃음은 다정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천년의 우울 같은 내 얼굴에

잘생긴 미소 하나 새겨지는데

마음의 꽝꽝 아픈 소리가 난다.

 

 

      

 

 

 

오월 깃털 한 뭉치

 

봄을 산책했다.

산길 옆에서

꿩이 폭탄처럼 날아올랐다.

그때 내 안에 쿵, 하고 씨앗이 떨어졌다.

 

또 어제는 산을 오르다 본

깃털 한 뭉치

어느 억센 입이 뱉어 놓은 기침 같았다.

혹은, 배고픈 입이 서둘러 먹고 간

빈 그릇 같았다.

 

아무리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도

먹다보면 입 속에서 골라내는 것들이 있다

아직은 파란 이파리들을

우물거리는 나무들

퉤퉤 뱉어내는 꽃들과

버드나무에 버려진 나비들이 텅 빈 고치가

껍질처럼 한껏 벌어져 있다.

 

봄은 껍질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

봉함엽서에 적힌 주소들 같이

모두 어딘가에 씨앗 부려놓은 뒤끝이지만

껍질은 이룩하는 것들의 발사대다.

 

사람의 입

늘 빈 그릇 같았지만

한껏 휘파람이 흘러나오고

봄바람들이 낮게 날아다니고 있다.

 

 

 

 

 

 

 

약력

 

2019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당선

사임당문학(시문회) 회원

용인시낭송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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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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