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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 / 권기덕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4 [08:25] | 조회수 : 142

 

▲     © 시인뉴스 포엠



드라이플라워

 

 

 

나와 () 사이 모래 계단을 옮기자 당신이 사라진다

사라진 당신이 떠오를 때

 

비가 온다

 

우산 아래

스테이플러로 사이를 집는다

풀로 소리를 붙인다

파우더 팩트로 의문을 바른다

열쇠로 흐느껴 우는 시간을 연다

껌으로 기억과 기억을 이어 붙인다

 

빗방울은 번식 중

 

사이는 용수철이다

소리는 고드름이다

의문은 얼룩말 무늬다

시간은 밀폐 용기다

기억은 주사위다

 

나와 () 사이 이름들은 부유하고

 

변하고

찢어지고

흩어진다

 

모래 계단을 다시 나와 () 사이에 옮기자

사라진 당신은 다시 사라진다

 

바람은 불어온다

 

 

 

 

 

 

()를 저항하는 새

 

 

 

돌에서 새가 깨어나고 있다

 

돌에 새겨진 바람들이 깃털로 변해 가고

단단한 것 너머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풍경 속에서 길이 될 때

 

새는 존재를 증명하듯

자신의 질료를 부정하듯

굳어 버린 육신을 밀어 올린다

 

나는 네 말소리보다 네가 머물던 자리에서 망설였던 내 문장을 상상하곤 해

 

죽어 가던 짐승 냄새,

신은 내게 짐승의 팔과 다리로 자라나라

명령했지만

 

구겨져 있던 슬픔이

돋아나고 돋아나서

수많은 풀로 둘러싸인 방

 

공원에서 떠오르는 비석들

무덤과 무덤 사이 내려앉는 새 그림자들

 

해 저무는 동안

말하지 못한 비명들은 부리가 된다

 

차갑게 식은 욕조에 눈이 내린다면

슬픔은 더 가벼워질까?

 

내 혁명은

새가 되는 것

새가 되기 위해 돌이 되는 것

돌이 되어 새의 영혼을 갖는 것

 

어느새 비석들이 날아가고 있다

 

 

<약력>

2009󰡔서정시학󰡕을 통해, 2017󰡔창비어린이󰡕(동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P󰡕, 󰡔스프링 스프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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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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