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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외1편 / 류윤모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4 [08:53] | 조회수 : 134

 

▲     © 시인뉴스 포엠

 

▲     ©시인뉴스 포엠

 

 

호수

      

류윤모

 

 

 

 

슬픔은 내면을 뜬 눈으로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울먹울먹 물방울처럼

 

확 엉겨 붙을 것만 같은

 

단단한 눈물의 표면 장력.

 

슬픔과 눈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혈연.

 

울음으로 젖은 등짝에

 

고단한 짐을 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낙타처럼.

 

살아내야 하는 일이

 

천근만근 무겁고 버거울 때

 

문득 먼 별을 바라 볼 때도.

 

우리 삶의 어둡고 좁은

 

터널 같은 골목길 돌고 돌아

 

귤빛 따스한 등불 밝힌

 

숟가락 부딪는 단란 속에서도.

 

눈물 한 방울 내비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의 가장의 눈물.

 

희망의 목줄을 미래에 저당 잡힌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는가.

 

불안이 스모그처럼 자욱한 도시의

 

하관이 빠른 바람만이 횡행하는

 

기하학적 도시의 빌딩 숲속에서.

 

까도까도 신통찮은 패만 이어지는

 

약육강식을 살아내야 하는

 

핏빛 살벌한 저녁의 표정.

 

오늘도 허덕허덕 몸 팔아 먹고사는

 

매혈 생활자처럼 눈물을 참아내는

 

도시 노동자들의 하루가 기울고.

 

다 닳아빠진 숟가락 같은

 

그믐달 아프도록 이마에 새겨져 있다.

 

 

 

 

 

칼의 꽃으로 지다

     

류윤모

 

 

 

 

제 칼에 제 속을 베여

 

내상內傷 입었을 여인 하나

 

이 땅에 살다 갔니라

 

옷깃 스쳐간 남정네의

 

뜬 구름 같은 약속 믿고

 

풍진의 한 세상 살아냈을

 

그 애련의 생애

 

사무친 연정이

 

덩기덩 가야금 가락으로

 

치마 폭에 매화꽃 만발하였으리

 

바람같은 사내들의

 

언약도 정표도

 

다 부질없었을

 

고독한 칼 한 자루로

 

허공에다

 

순간의 꽃을 피워내고

 

낙화를 흩뿌렸을

 

현란한 검무劍舞

 

뭇 눈길 사로잡았을

 

기녀의 일생,

 

칼의 운명처럼

 

아프고 쓰라렸을지니

 

그 마음 속 늘 바람 불어

 

서러운 검날로 피워냈을

 

허무의 꽃 한송이

 

간 곳조차 묘연해도

 

구름 마음

 

머물다 간 자리

 

소슬한 검 한 자루 남아

 

글썽이고 있을지니

 

 

 

* 雲心

 

영남 밀양의 유명한 기생으로 칼춤에 뛰어났다고 전해지며, 윤순의 소실로 있다가 만년에는 전국을 여행하다가 생을 마쳤다. 그 당시 경상도에서는 여자 이름을 자를 주로 사용한 것을 통해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녀에 대한 것은 청성잡기(淸聲雜記), 검무기(劍舞記), 응천교방죽지사(凝川敎坊竹枝詞), 입연기(入燕記) 등에 기록되어 있다

 

 

 

 

 

 

 

유리의 감정

         

류윤모

 

 

 

 

유리창 너머 꽃이 피었다 지고

 

치렁치렁 긴 머리의 시절을 싹둑 자른

 

단발머리 여인이 느릿느릿 유모차를 밀고 간다

 

유리라는 물질로 차단된,

 

은유없는 직유의 삶이란

 

저리 가감없이 명료하지만

 

다만 해맑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언젠가 내다 버린 사생아인 내 울음도

 

막다른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듯 명쾌하게 , 시각만을 단순 중개하는 유리는

 

속내에 한오라기 비밀도 감추지 않지만

 

볼 수 없는 것을 덤으로 보여주진 못한다

 

굴절없이 정면만을 투시할 뿐

 

문득 창가에 서서

 

유리창 너머 생짜배기 햇빛을 회 뜨듯

 

고스란히 들어 앉히는

 

유리의 무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과 비애마저

 

벽에 부딪쳐 줄줄 흘러내리는 ,

 

유리창에 와 부딪는 비 비 비...

 

교감없이 바라보는 정면의 시야는

 

통과할 수 없는 내면을 x레이처럼 투시하지 못한다

 

소파 가로본능으로 누워 리모콘트롤하는,

 

TV브라운관 속의 일상 다반사가된

 

처참한 사건 사고들과

 

달리는 차 안에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또는 고층 빌딩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분주한 군상들은 무심히 흐르는 풍경일 뿐

 

차가운 유리는 감정을 생각 밖으로 밀어낸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

 

지평의 시인들 10 집 및

 

2008 <예술세계> 등단

 

시집 ,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2007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우수문학 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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