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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불러오다 외1편 / 김은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4 [09:06] | 조회수 : 138

 

▲     © 시인뉴스 포엠

 



불꽃을 불러오다 / 김은옥

      

 

등불에

지지직

하루살이 불나방

타들어 가던

심지 돋우던 팔뚝에

힘줄 부풀어가던 밤

기억을 뱉어내지 못해 꿈길을 더듬어가는

우글우글

죽은 이의 오래된 이불솜 사이사이

쥐벼룩이 들끓고 있었다

오줌 냄새도 풍겨왔다

곰팡이 쥐벼룩이 집 지은 솜이불을 버리고 돌아서던

곰팡이가 먹어들어갔을

아버지가 흘린 체액 같은 것들을 두고

돌아서던

단단한 딸의 등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인이 있었다

등잔불 둘레에서 아직도 수많은 얼굴들이

정처 없는시곗바늘을 돌리고 있다

이 밤 지지직

하루살이 불나방 타오르며

불꽃을 불러온다

심지 돋워주던 힘센 팔뚝이

불쑥 어깨를 짚어온다

 

 

 

 

   

투명한 얼룩 / 김은옥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예쁜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부서지는 꽃 꽃 꽃

 

입술 모양이 찍힌 유리잔을 바라보다가

꽃잎 닮은 얼룩만 묻혀놓고 일어서지요

우리의 지나간 시간이 얼룩투성이로 남네요

 

왜가리가 단거리 수상스키를 합니다

급정거를 했어요 정지거리의 흔적이 없어요

새끼도 동그란 몸통을 젖히고 으스대면서 미끄러져요

양 날개를 몇 번 우아하게 출렁이며

 

바다가 파도의 거품으로 꽃을 피웠다 죽였다 하면서

하루를 천 년같이 천 년을 하루같이, 그러나

그 거품을 꽃이라 하면 그 꽃은 흔적이 없지요

 

파도는 그대를 꽃으로 피워냈다가

부서뜨렸다가

또 다른 꽃을 피워냅니다

왜가리의 날카로운 고단수 착지에

찢기고 흩날린 꽃들도 태어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겁니다

사라져 간 그 모든 얼룩을 찾아서

물결 위에 꽃꽂이해놓고 싶습니다

 

 

 

 

   

김은옥

* 약력 : 2015<시와문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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