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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컨설턴트* 외 1편/ 박수중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0/07 [20:45] | 조회수 : 231

 

▲     © 시인뉴스 포엠

 

 

곤충 컨설턴트*

 

 

 

소개疏開된 시골의 여름 하늘에는 전쟁이 한창으로

높은 흰 구름속으로 비이십구와 쌕새기가 분주히 날아다녔다

 

논둑 개천에는 장마 물이 힘차게 흘러 봇강은 너무 깊었고

수문근처에는 그 전 해에 한 소녀가 빠져 죽었다 하여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다

대신 삘기를 뽑아 단물을 빨아 먹고는 쇠똥구리끼리 싸움을 시켰다

멀리 은은히 포소리가 들려오면 방공호에 들어가 소꿉장난을 했고

가끔 어린 인민군이 와서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논두렁으로 도망가는 청년의 뒤로 울리는 따콩 총소리에 흠칫했지만

공포를 모르는 우리는 순간에 벌거숭이가 되어 마냥 즐겁기만 했다

 

-곤충을 키워 본 적 있나요?

앉은뱅이 책상 서랍속에 풀잎을 깔고 풍뎅이 메뚜기 방아깨비 매미를,

마당 소똥속에 쇠똥구리도 키워보았어요

매미는 며칠 못버티고 죽었고

풍뎅이는 등으로 뺑뺑이를 돌리면 곧장 날아가기 일쑤였지요

 

그 다음 여름이 오기 전에 소년은

어머니를 따라 남쪽으로 그 마을을 떠났고

그때 놀던 아이들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장마당을 헤메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부엌 가마솥아궁이 밑에 굴을 파고 숨어 살던 주인아저씨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pc데스크 서랍속 동화의 하늘로 아련하게 유년의 곤충들이 푸른 연기처럼

날아간다

 

 

*곤충 기르기를 조언하는 4차산업의 미래 유망직종

 

 

 

 

 

통조림

 

 

 

너의 등은 나의 벽이다

 

궁형弓形이다

바퀴처럼 굴러가던 내 영혼이 손발을 웅크리고 있다

 

길거리를 걷는 햇빛속에도

너의 생각속에도 나는 지워져 있다

나는 또 다른 나의 공백 기억의 빈 자리에

상형문자로 갇혀있다

 

빛이 없다

무루無漏한 무중력을 견디어 내는 나날

나는 어제와 오늘의 썩지않는 노래

언젠가는 해체의 날이 올 것이다

세상을 향해 울컥 쏟아지리라

 

 

 

 

     

 

 

박수중 시인 약력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네르바> 등단

시 집 -꿈을 자르다(2010)

볼레로(2014)

크레바스(2016)

박제(戀詩選集)(2017),

한국문학인상 (한국문협)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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