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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권 구매 조건 당선 제안 ‘등단장사’ 논란

다시 찾아온 ‘등단의 계절’ 일간지 신춘문예 공신력 높아 경쟁률 ‘수백대 1’문예지 새해 첫날에 데뷔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1/17 [09:09] | 조회수 : 73

▲     © 시인뉴스 포엠



 

 "다시 찾아온 ‘등단의 계절’" - 일간지 신춘문예
공신력 높아 경쟁률 ‘수백대 1’
새해 첫날에 데뷔… 주목 받아

2010년 중앙지 당선자 14명중
10년동안 단행본 출간 5명뿐

- 문예지 신인상
김영하·박민규·박상영 등 배출
출간 작업도 상대적으로 수월

문예지 수백권 구매 조건으로
당선 제안하는 ‘등단장사’ 논란

가을이 깊어지면 가장 분주해지는 사람 중 하나는 문학청년(문청)이다. 연말은 주요 일간지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공모와 각종 문예지가 주최하는 신인 공모 마감이 집중되는 때다. 이맘때면 등단을 꿈꾸는 전국의 문청들은 그동안 쓴 습작 중 공모전에 보낼 원고를 정리하느라 바빠진다.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어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 등단이라고 해서 다 같은 등단이 아닌 게 현실이다. ‘신춘문예의 계절’을 앞두고 등단할 수 있는 경로와 특징에 대해 살펴본다.

◇화려한 시작·불투명한 미래 공존하는 신춘문예 = 예나 지금이나 신춘문예는 신인 작가의 대표적인 등용문이다. 새해 첫날 일간지 지면을 통해 신인의 등장을 알리는 신춘문예는 문청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화려한 타이틀이다. 이문열, 최인호, 황석영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다수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경쟁률이 수백 대 혹은 수천 대 일 수준일 정도로 당선이 어렵지만,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공신력을 인정받아왔다.

화려한 시작이 미래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본보가 지난 2010년 중앙 일간지 7개(문화일보·경향신문·동아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가 주최한 신춘문예 시·소설 부문 당선자 14명의 등단 후 행보를 살펴봤다. 14명 중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한 당선자는 5명(35.7%)에 불과했다. 나머지 당선자는 당선작이 세상에 내놓은 마지막 작품이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 신인 작가는 원고 청탁을 받지 못해 중앙 일간지로 재등단을 시도하기도 한다.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A 씨는 “나를 등단시킨 일간지가 내 신간을 기사로 다루지도 않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신춘문예 당선은 그저 시작일 뿐, 그 이후 행보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대세 문예지 신인상, 하지만 ‘등단장사’라는 복병 =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문학과사회’ 등 주요 문예지들의 신인문학상 공모는 신춘문예와 더불어, 어떤 의미에서는 훨씬 더 주요한 등단 경로가 됐다. 당선자에게 문예지 지면을 할애해 안정적인 작품 활동의 기회가 주어지는 데다 주요 문학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1999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며 나온 소설가 김영하부터, 2003년 박민규를 거쳐 퀴어 문학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고 있는 박상영까지, 주목을 받는 많은 작가가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당선 후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문예지는 이름이 알려진 몇몇 유명 문예지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올해 초에 발간한 ‘문예연감 2018’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발행된 문예지는 총 715종, 1956권이며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문예지 중 상당수는 당선자에게 원고료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등단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등단 장사’는 당선자에게 적게는 수십 권에서 많게는 수백 권의 문예지 구매를 권하는 행태를 말한다. 당선자가 구매를 거부하면 당선을 취소하고 다른 응모자에게 문예지 구매를 조건으로 등단을 제안한다. 신인을 무더기로 배출하면 그만큼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본보는 한 지역 소재 문예지가 문예지 50권을 50만 원에 구매하는 조건으로 신인 당선을 시킨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등단 장사’로 등단했다는 수필가 B 씨는 “당시엔 등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문예지를 수십 권 구매했는데 결국 후회했다”며 “‘등단 장사’가 계속되면 그만큼 문학 작품의 질적 하락을 부르고 이는 독자가 외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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