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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순 시집 『비둘기 경제학』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12/18 [23:59] | 조회수 : 401

 

 

▲     © 시인뉴스 포엠



 

시인동네 시인선 118

인간의 상투성에 담긴 비의를 응시한 기록

 

    황상순 시집비둘기 경제학

 

황상순 시집 |비둘기 경제학|문학() |변형국판 |124|20191129일 출간

 

9,000|ISBN 979-11-5896-444-3 03810|바코드 9791158964443

 

 

 

   

 

 

강원 평창에서 태어나 1999시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상순 시인의 신작 시집비둘기 경제학이 시인동네시인선 118로 출간되었다.

 

일상에 밀착하여 현실적인 의미체계가 가져다주는 순간적인 비애를 담으면서도, 세계의 광활함으로 진입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시인의 시편들은 익숙하고 편해진 이 세계의 뒷면을 재구성한다. 재구성하여 혼란스러운 세계를 조심스럽게 탐험하는데 그 원동력은 바로 기억이라는 안간힘이다.

 

도시의 도식화된 질서 속에서 환멸을 느끼는 화자는, 기억의 안간힘으로 오래된 풍경을 다시 끌어오는데 성공한다. 이 중첩된 세계 속에서 느껴지는 환란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읽는데 중요한 비밀번호처럼 느껴진다. 시간에 부식되어 낡아가는 사람과 삶, 풍경 속에서 자꾸 욱신거리며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기억이다. 시인은 기억을 회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버티게 해줄 기둥으로 세워둔다. 더 나아가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것을 잠깐 벗어놓게 해주는 언어로 새로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해설을 쓴 이정현 평론가는 황상순 시인의 작품을 미물에 불과한 생명을 마음을 가진 존재로 다시 보는 것이고, 실직자의 책상을 무심하게 비추는 햇살을 보면서 간단히 처리된 타인의 오후를 상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은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이 서로를 확인하도록 이끄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비둘기 경제학은 우리가 세계와 어떻게 다시 조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극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밤 깊었다 그만 자자.

TV 전원을 끄고 우주선에 올라 아득히 먼 꿈의 나라로 떠나야 할 때다.

누가 큰 눈을 뜨고 잠자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나를 떠난 눈, 광활한 어둠 속에서 촛불 한 자루 밝힐 뿐.

 

—「어떤 눈부분

 

 

 

 

망초꽃 가득한 여순감옥 언덕 위

한 줄기 꼿꼿한 빛의 길

깜깜 허공 속에 연기처럼 사라질지언정

휘거나 돌아가지 않는다

저 하늘 우러러

단연코 한 점 부끄러움 없다

망설임 없다.

 

—「경천(敬天)부분

 

 

 

 

 

 

 

 

비를 피하려는데 처마가 없다

 

이런 야박한 것들!

 

지붕도 없는 도회지 빌딩 숲에서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착하고 속 깊은 집 처마 밑에 앉아서

조록조록 낙숫물 듣는 소리

 

사치스럽게, 오래오래 듣고 싶다.

 

—「도시의 흉년전문

 

 

 

 

나는 꽃을 보고

꽃은 나를 보고

나를 보는 꽃을 내가 바라보고

꽃을 보는 나를 꽃이 또 바라보고

 

나를 보는 꽃을 바라보는 나를 꽃이 보는

꽃을 보는 나를 바라보는 꽃을 내가 다시 보는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눈 마주친 영원의 시간은

 

—「꽃의 시간부분

   

 

 

추사의 세한도.

 

풍경화 인물화는 그만 그리고 이젠 추상화다. 아니다, 민화를 그

려야 한다. 아니다, 하이퍼니 뭐니 알 듯 모를 듯 좀 헷갈리게, 사조

에 맞게 푸른 색깔로 젊게 그려야 한다. 아니야, 네가 늘 그리던 대

로 그려. 너는 너니까.

 

피카소는 피카소고

세한도는 세한도고

나는 나일 뿐이고.

 

201911

황상순

 

 

 

   

 

황 상 순

 

강원 평창에서 태어나 1999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어름치 사랑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이 있다.

E-mail: malgns@hanmail.net

   

 

 

시인의 말

 

1

권고사직 13

리스트 14

별똥 천문 16

물벼룩 창세기 17

광화문 느티나무에 대한 단상 18

적막(寂寞) 20

비둘기 경제학 21

구름감상협회 22

명품 24

고슴도치 사랑법 25

세한도 옛집 26

은행나무의 침묵 28

발가락양말 29

상상 파티 30

학문의 전당 32

 

2

한계령 35

이스탄불의 물장수 36

아나스타샤 38

엉뚱한 손님 40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풍을 가다 41

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42

트로이 전쟁 징비록 44

양들의 식탁 46

꿈꾸는 사과박스 47

크로마뇽인 레시피 48

다시 바빌론 강가에서 50

종합선물세트 52

뱃삯 54

어떤 눈 56

봄날의 가벼운 담소 58

퇴고사(推敲史) 60

 

3

좋은 이름 63

상수리나무의 비밀 64

희망, 대한민국 65

경천(敬天) 66

도시의 흉년 68

귀가 69

고즈넉한 때 70

만선 72

마술 손 73

가을 나비 74

겸상 75

(), 미안하다 76

상처 받은 마음들에 대하여 77

물속의 부석사 78

까만 눈 79

이사 80

 

4

꽃의 시간 83

꽃의 기억 84

달걀프라이 꽃 86

농단 시대 88

그냥, 웃지요 90

아내와 바다 91

춘자야, 춘자야 92

화려한 예식 94

니르바나의 저녁 96

보물찾기 98

오팔팔 100

동쪽 이상국 전() 102

관아에 고변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105

효자동의 아침 106

무청 말리는 법 108

 

해설낡아버린 세계와 기억의 안간힘 109

이정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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