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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깊은 숨비소리 가득하고 외1편 / 주 영 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1/23 [22:11] | 조회수 : 164

 

  © 시인뉴스 포엠



거리엔 깊은 숨비소리 가득하고

                 

주 영 희

 

 

 

 

늦가을이 서성이는 거리마다

긴 숨비 소리 가득하다

 

지금은 떠나가는 시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서도

빈 휘파람 소리 아우성치고

울렁이는 통증은 심장을 자근댄다.

 

한 발짝 문밖에서 재촉하고 있는 새로운 계절.

 

낮게 드리운 잿빛 하늘아래

습윤을 한껏 먹은 색색의 단풍색이

덕수궁 긴 돌담 너머로 처연하다.

 

길 위에서 길로 이어지는 한 생

저 떨어져 날리는 단풍잎과도 같아서

마치 한 마리 외로운 새와 같다.

 

소리도 빛도 색으로 녹아 드는 계절

침묵으로 일관하는 저 나무의

깊은 숨비 소리만이 가슴에 울림으로 전해 온다.

 

슬픈 계절이 시간의 숲을 지나가고

 

함몰되는 허상은 빈 발자국만 남길 뿐

깊어진 눈동자 속에 허무가 손짓하는 날

허리 낮아진 회색 빛 하늘이

저음의 첼로 소나타로 흐르고 있다.

 

 

 

 

 

 

날개를 접다

 

주 영 희

 

 

 

해지기 직전 수화기 넘어 전해오는

가슴 먹먹한 소식,

순간 미동하지 않고 멍하니 창밖을 지켜본다

 

거실 유리창 넘어 빛의 반사가 눈부시다

 

정일을 마감하는 붉은 노을이

무역센터 유리벽에 석류즙, 피빛으로 몸을 풀고 있다

 

도깨비 불처럼 번쩍번쩍 산란하는 빛의 알갱이들,

 

현란한 퍼커션 연주자의 손놀림처럼

진홍색 피톨들이 사방으로 튀며

4차원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육신을 벗어난 영혼의 절규가 있다면

저런 모습,

저런 빛깔일까?

 

창밖에는 봄내음이 푸르다

연두는 녹유의 유리빛으로 반짝이고

이팝나무 줄기마다 하얀 이밥을 소복소복 담고있는데,

오랜 친구는

이생의 문밖으로 건너갔다

 

노을, 저 붉은 아가미 피빛울음이다

아니, 황홀하도록 처연한 유희다

 

어둠이 박쥐처럼 날개를 펼쳐온다

나는 잠시 노을속에 출렁이든 감정을 추스리며 일어선다

 

생은, 아주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다

 

날개를 접었다

                                                         

 
 
 

 

 약력 :  

 2013년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 '그 여자의 창'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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