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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데 보지 못하는 외1편 / 조세핀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2/25 [13:09] | 조회수 : 97

 

  © 시인뉴스 포엠



보는데 보지 못하는

 

 

말을 타고 해변을 달리는 일은

바람의 집에서 태어난 모래 같은 아이들 위를

밟아보는 일이다

고삐를 움켜잡고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 걷다가

지고 없는 해를 바라보는 일이다

멀리서 하얀 성채가 저 혼자 무너지고

황급히 움켜진 시집 두 권과

한 권의 노트는

그새 손아귀를 빠져나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노인이 미끄럼틀을 타듯

사랑하기 시작한 애마

모래 위를 미끄러져 간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스웨터의 목을 풀어내어

낡아버린 세월의 집을 짓는 무심한 휴일

모래가 잔뜩 얹힌 말의 잔등 위에서 내려서면  

보이는 대로 보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흰 말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것이니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곳에서

당신은 나를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한 줌

모래가 끼얹어져 있을 테니까.

 

 

 

 

 

 

 

 

 

 

고양이를 꺼내 줘  

  

 

있잖아 할 말이 있어

비밀을 지켜줄 거지

, 딱히 어렵지는 않아

 

알았어 알았어

재촉은 그만해

대신 약속은 꼭 지켜야 해

좀 더 가까이 와

내 눈을 좀 봐

 

보여 보이지 안 보인다고

그럴 리가 없어

, 더 가까이 와

조리개를 활짝 열고 들여다 봐

 

때 잘 보이

내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란 말이야

네 생각은 접어 두고

오직 내 눈에 집중하란 말이야

 

안해 소리쳐서

뭐라고 보인다고

그래 보이지

그럼 내 눈 속의 고양이를 꺼내 줘

래 그렇게 해줘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됐어 고마워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마

나는 그만 돌아갈 거야

 

숲으로.

 

 

 

 


 

      약력 : 조세핀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6년 계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를 꺼내 줘』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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