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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외1편 / 정상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09 [11:47] | 조회수 : 42

 

  © 시인뉴스 포엠



 

이는 / 정상미

 

 

이는,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잠자던 긍정을 불러낸다

입 모양은 시작에서 진행으로 건너와 현재가 된다

물결 한 자락 바람 한 자락 입술에 와 살랑이는 듯

 

잔잔한 나의 강물에 연둣빛 네가 불어온다

은빛 물고기가 등지느러미를 세워 물금을 그으며 나타날 때

휘파람새가 물고 온 아침이 부려지는 말

나팔꽃 출렁이는 발랄한 오늘이 일어서는 말

 

이는이라는 말 따라가면

엎드려 있던 축축한 골방이 일어서고

죽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내가 보인다

새벽시장에서 하루 치씩 견뎌온 어제보다

창문 달린 집에서 살아갈 내일이 우거진다

 

우리가 깊어져서 내는 밤의 소리는

가끔 절정의 뒤쪽에 사는 고독을 부른다

이때 한동안 적막이 찾아오는 것을 이는이라 하자

적막이 고요와 한 이불을 덮는다

 

나는 너는

밤이 미끄려져 새벽을 씻어주는 숨결 이는 

이는이라는 말속엔 어린 날갯짓이 숨어있다

 

 

 

 

 

 

먼 바깥 / 정상미

 

 

바람을 초대했는데 새가 왔다

 

새가 물어온 밖은 마로니에 잎새로 떨다가

 

잡아야 할 순간을 놓친다

 

딱딱하고 투명한 벽이 새를 밀어낼 때

위로만 오르려는 울음을 그쳐야 한다 

 

나가지 못하는 울음소리는 붉을까 파랄까

 

수영장에서 물을 가르던 사람들

깊은 눈으로 엮은 동아줄을 새에게 던져준다

 

잡지 못하는 새

지쳐가는 날갯짓

 

보이는데

바로 앞인데

바깥은 아득하다

 

내려와

더 내려와

출구는 아래쪽이야

 

응원을 듣지 못하는 새의 울음소리 가늘어지고

수영장 유리창에서 파닥이는 내가 보인다

 

조금씩 퇴화하는 꼬리

조금씩 커지는 말들이 옷을 갈아입는다

 

지금 보이지 않을 뿐

출구는 찾아가는 거야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이고 있었다

 

종종 해답은 반대쪽에 있다

 

다만 나는 지금 그걸 듣지 못하고

가라앉는 밤은

새벽의 옷깃을 아직 잡지 못하고

 

 

 

 

 

 

정상미 시인

경북 문경 출생. 인천 거주

2013년 『대구문학』 신인상 등단

<시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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