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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외1편 / 박선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09 [12:34] | 조회수 : 48

 

  © 시인뉴스 포엠

 

 

 

 선도*

      

       박선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여긴 것들이

그 섬으로 몰려와 산다

알뿌리처럼 둥근 외로움을 키우며

매운바람 속에서 가부좌를 튼 채

겨울 내내 소리 없이

동안거에 든 마음들

3월만 되면 욕심 없는 노랑이 되고 만다

 

그러니 섬은 처음부터 끝까지 또 하나의 알뿌리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선도 수선화 섬

 

 

 

 

 

 

  

여뀌꽃

 

     -박선우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본 건 여뀌였다

물오리 찰방찰방 드나드는 저수지 가에서

배알도 없이 낭창낭창 리듬을 타는데

황소개구리 폴짝 뛰어가고

물뱀 한 마리 스르르 지나가도

줄기 끝까지 꽃송이 엮는 일에만 몰두하는데

난대 없이 그녀가 왔다

가장자리에서 저 혼자 피고 져도

아무도 꽃이라 불러준 적이 없어도

파국을 떠올린 적 한 번도 없는데

다닥다닥 절망을 매단 그녀가

눈앞에서 그만 뛰어내렸다

그때부터 였을 거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한해살이 꽃이

한 자리에 천년동안 뿌리내린 것처럼

끈질기게 피고 또 피어서

문득 지나가는 시선들을 붉게 물들였다

어깨춤 바람에 내맡기고

서러움 둥그렇게 말아 쥔 채

지켜보는 긴장이 하도 팽팽해서

심해로 가라앉던 나의 슬픔도 멈칫했다

 

걸어온 길 너무나 아득한데 끝내 다시 되돌아섰다

이파리를 뜯어 씹으니 매운 맛이 났다

비로소 눈물이 쏟아졌다

 

 

 

 

 

 

약력 : 박선우

 

 2008년 리토피아 봄 호로 등단 시집 「임자도엔 꽃 같은 사람만 가라」「홍도는 리얼리스트인가 로맨티스트인가」「하나님의 비애가 있다」  

「전북해양문학상」「제주기독문학상」「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열린시학상」을수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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