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건포도를 읽는 시간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0 [11:29] | 조회수 : 50

 

  © 시인뉴스 포엠



 

건포도를 읽는 시간

 

 

먼 땅 캘리포니아에서 건너온

햇빛과 바람이 낳은 사생아 건포도

뽀얀 분 바르고 농익어  

적막한 사내 달래고 어린 생명을 기른

주름 속 애환은 시금털털하다

 

태양이 나눠준 단물 흥건한 과육

바람이 씨조차 말려버릴 때

물기 마른 검자줏빛 중심에서

더 진한 단내가 났다

 

절정으로 치닫던 축제의 끝 무렵

부푼 열망마저 꺼멓게 익어

몸을 빠져나간 씨앗들은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잇몸 붉은 새들을 어르기도 할 거야

 

어디에 있니, 꿈에 그리던 캘리포니아

끝도 보이지 않던 구름 잠긴 포도밭

나는 아직

닳은 지문으로 문지르고

 

 

 

 

 

 

 

 

 

 

 

 

 

 

 

-시작 메모

 

 

  한 알의 켈리포니아 건포도를 앞에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뜨거운 태양 아래 포도 농장에서 평생을 보냈을 늙은 촌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젊은 날 포도 축제가 열리던 열정의 밤을 연상하기도 하고, 한 남자

  와 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통해서 사랑과 모성으로 자신의 인생

  을 다 바치고 온몸에서 진액이 빠져나간 자신을 돌아본다

  건포도 주름 속에 숨어 있는 애환을 닳은 지문으로 문지르며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회상하는 것이다

  한 알의 건포도 속에는 여인의 사랑과 꿈 우주가 담겨 있기에......

 

 

 

 

 

  김건화 시인

  경북 상주 출생

  2016년 《시와경계》 신인상 등단

  대구 시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손톱의 진화』 (북랜드, 2019)

※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 된 게시물은 실명인증확인 여부가 표시되며, 실명확인 되지 않은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20.04.02~2020.04.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 실명인증
  • ※ 일반 의견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