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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첫 꽃 외1편 / 최경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1 [11:07] | 조회수 : 290

 

  © 시인뉴스 포엠



 

 

봄의 첫 꽃

 

 

 

 

 

억새 잎도 파도 소리를 내는 거문도에 수선화 피었다

 

 

 

봄 쑥 다듬는 허리 굽은 이들 곁에 앉아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 넌지시 꺼내 놓는다

 

 

 

섬을 벗어나고자 떠났는데

 

배 지날 때마다 굼실거리는 바다도

 

겨울 볕 드는 갱변 담벼락도 생각나더라는 그녀

 

함께 살자 맹세하며

 

녹산 언덕에서 옮겨 심었던 꽃 뿌리

 

그와 살았던 집 마당과 실터에

 

대설 즈음부터 수선화 환하게 피었단다

 

진초록의 곧은 잎

 

흰 꽃잎에 기품 있는 노랑 덧꽃부리

 

이른 봄 품고

 

마당 가득 앙그러지게 피던 꽃

 

봄의 첫 꽃 함께 보자던 그가 그리워져서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애면글면 살았던 집에 돌아와 쓸고 닦고 한다는 그녀

 

 

 

쑥 다듬다 말고

 

무량한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다 바람에서 단내가 난다고 한다

 

 

 

거문도수선화 피었으니 벌써 봄이라고 했다

 

 

 

 

 

 

 

스토리 문학 2020 상반기호 104

 

 

 

 

 

 

 

 

 

 

 

   

 

 

 

비밀은 드러나지 않았다

 

 

 

 

 

관곡지를 찾는 건

 

갈 때마다 얼굴색 바꾸는 수려한 연꽃을 보기 위함도

 

채 벙글지 못한 꽃봉오리가 궁금해서도

 

수면 위로 눈만 빼꼼 내놓은 개구리를 찾고자 함도 아니다

 

백련 홍련 절창으로 피고 지는 연잎에 가려있는

 

녹두 콩알만 한 물풀이 마음 쓰여서다

 

 

 

잎과 잎 사이에 잎을 낳고 빈 공간 채워가는 모습을 담고자

 

그림자 접고, 조리개 기울이며 여름나고 가을겨울을 맞았다

 

 

 

연잎 지고나자 드러나는 물풀들 못 가득 초록으로 빛났고

 

가을 깊어지자 곁자리 사이에 새잎 돋던 잎들

 

몸 사르며 못 가장자리에 메말라 가면서도

 

잎을 낳고 또 낳았다

 

겨울 되자

 

살얼음 낀 못에서 누렇게 흐물거리다 은밀하게 사라지거나

 

겨우내 견뎌내다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잎과 잎이 마음 비벼 잎을 낳는 개구리밥

 

궁금해질 때마다 무시로 들락거려도

 

물밑 사정은 알 수 없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동그란 겨울 눈 달고 새봄을 꿈꾸리라 짐작만 할 뿐

 

 

 

 

 

시와 산문 2020 105

 

 

 

 

 

 

 

최경선

 

여수시 거문도 출생

 

2004문예사조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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