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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매듭 외1편 / 양현주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2 [10:15] | 조회수 : 68

 

  © 시인뉴스 포엠



 

침묵의 매듭

 

양현주

 

 

궁디 터질 것 같다 큰 확성기를 세워놓고 달이

소리를 지른다

눈부시다 저 팡팡한 엉디, 언젠가는

터질 것 같다

 

큰기침을 숨겼다 웃음을 색칠해 놓고 보름동안

줄곧 기다렸다

환하게 더 환하게 달떴던 그 날, 그녀가

정수리에 솟아올랐다

각진 모서리마다 통증을 앓는

뭇별들

 

젖은 기억을 바짝 말리는 일

그거 할까?

 

제 자릴 털고 일어서는 그늘, 그늘이

허공의 상처를

핥아서

들뜬 달의 착한 뿌리에 닿는다

 

433* 동안 감전된 것들은 따뜻하다

 

침묵의 매듭을 묶는 달이 향기가 진동한다

속절없다는 뜻

아무 것도 아무 소리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몽롱한 시간, 날카로운 별이 적요의 초침을 찔러댄다

꽃무늬 이불 속으로 빨려 들어간 혀, 저녁달이

어미를 찾아 푸르른

짐승처럼 불쑥, 문 열고 들어선다

 

 

*433: 존 케이지 연주곡.

 

 

 

나비 법정

 

양현주

 

 

저 눈빛이 그냥 핀 꽃이라니

 

말랑한 디올 립스틱이 키워놓은 오해

나비가 반으로 접어놓은 바람도 가만히 낡아간다

 

꽃은 지면서 함박웃음 피었으나

나비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나비, 잔나비의 목소리에 햇살 한 줌 들었으니

그것이 나의 감옥

 

번식을 준비하는 꽃술의 그늘,

꽃잎에 앉은 나비를 본 최초의 정원이

증언하고

매혹당한 죄밖에 없다고 진술하는 나비

 

꽃에 꽂혀서 물의 집에 오래 마음을 담그면

생각이 발효되고 날갯짓이 발화(發花) 한다

 

어제가 뚝, 떨어졌다

 

 

 

 

 

양현주 약력

 

* 2014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 2018년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당선 시집 『구름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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