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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입동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2 [10:41] | 조회수 : 85

 

  © 시인뉴스 포엠



  

입동


한 치씩 길어지는 그림자를 목에 두르고
낮달을 고분고분하게 묶는 상인의  처세술은 
그ᆞ·러·ᆞ려ᆞ·니
주섬주섬 보따리를 싼다

보름달이 되었다가 초승달이 되었다가 그믐이 되는 절기
살다 보면 귀결 되는 것들이 그러려니,
부대끼는 그 어떤 것도 달관할 수 있는 나이가
그러려니다

황소바람이 계단을 밟고 우르르 개찰구로 몰려들면서 
입동을 말할 때 입똥은 금방 싸놓은 소똥처럼
김이 모락모락 났다

상강을 지나 동지로 가는 환승 게이트
손을 앞으로, 예의 갖춘 겨울이 무임 승차를 한다
소설 대설이면  방종하던 팔다리는 더 겸손해 지겠지

술 취한 봉투에 배부른 붕어빵을 가두고
찹쌀떡 외치는 골목길에 들어서기까지 아버지는
언덕배기에서 오소소 떨었다
그때는 겨울이 왜 그리 춥던지,

차가운 철 대문이 열리고 계절을 가두는 현관
덩치 큰 찬바람이 허락 없이 문지방을 넘어 쓱, 
들어섰다

우리는 가족이 있었고 옆집은 홀로였다
공중을 떠돌다가 동사한 바람의 숨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다

! 
여름에 이사 온 이웃은 이 사실을 모른다.

 

 

 

 

 

 

사족)

 

한겨울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상인 한 분이 지하도 입구에서 보따리를 펼치고 다 팔아도 몇 푼 안 될 채소를 팔고 있었다. 단속을 피해가며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앉아 있었다. 날품을 팔아도 크게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은데도 무던히 앉아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삶을 달관한 듯 느긋한 모습,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

차마 희망을 바라볼 수 없는 가운데 그는 성경책을 붙들고 있었다.

사는 일이 어찌 제 마음대로 되겠는가. 그를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소름처럼 돋았다.

불과 4, 50년 전만해도 모두 힘들었던 시절,

이미 지나쳐버린 과거는 환승할 수 없어서 슬펐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도시에서 외롭다는 것은 흉기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넘기 싫은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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