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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 위한 메뉴 외1편 / 이여명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2 [16:36] | 조회수 : 155

 

  © 시인뉴스 포엠



 

벌레들 위한 메뉴

 

나뭇잎,

벌레가 좋아하는 초록으로 빚는다

언제든 식사하도록 잎살을 깔아둔다

약한 이빨을 생각해 피자같이 납작하다

 

입맛에 맞는 여러 메뉴를 준비해 두는데

물때가 풋풋하고 싱그러운

파프리카 만두 녹두전 같은 것 엷은 버즘나무 잎도 있다

 

갓 끓여낸 된장찌개같이 따끈한 것 좋아하므로

말라비틀어진 무시래기는 전자레인지로 데울 필요는 없다

매일 생산하는 우유, 새벽에 수확한 채소

친환경적일수록 고급 메뉴에 속한다

 

렌당* 같은 음식을 만들어 내

손님들 떼 지어 식탁으로 몰려오면  

뼈 발라내고 냉장고에 든 음식까지 끄집어내  

생크림을 발라준다

 

그의 입,

반달모양으로 사각사각 파고들면

온몸이 오그라들도록 즐거운 초록

 

고단할 때 쉬어가도록 등 뒤에 한 뼘 그늘까지 붙여놓는다

뼈를 당겨서라도 한 채 오두막을 마련해주는

나뭇잎은 벌레 때문에 자란다

 

 

 

*렌당: 세계에서 맛있는 음식 50종 가운데 제1의 인도음식    

 

 
 
 
 

쓰레기 소각로가 있던 자리

 

 

찐빵 시루 같았다

샌드위치 패널 지붕 속에 찐빵 잘 익었다

새벽부터 하얀 김 쏘아 올려

달콤한 팥 맛을 내었다

그 맛, 멀리 형산강도 건넜다  

가마솥의 뜨거운 눈물처럼  

장갑 낀 인부 이마에 땀방울 흘렀다

쇠막대로 빵을 뒤집고 푹푹 쪄댔다

커다란 설탕 포대 밀가루 자루를 실은 트럭

차떼기 시루 속으로 들어가고

구수한 찐빵 냄새 쑥쑥 빠져나왔다

시루에서 굴러 나오는 트럭에는

찐빵 대신 파리 떼와 단맛이 가득 실렸다  

녹색 빛 트럭

읍내 골목들 돌아다니며

찐빵 재료들 자꾸 거두어 왔다      

 

 

 

 

 

 

 

 

이여명/ 경북 경주 출생

2004년 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 『말뚝』 『가시뿔』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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