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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외1편 / 권상진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3 [12:34] | 조회수 : 170

 

  © 시인뉴스 포엠



눈사람

             

 

나는 혀로 굴린 눈사람

어느새 동그랗게 부풀려 있었지

말들이 내려 쌓이는 골목에서

뭉치고 굴려진 나는 어느새 뜻밖의 문장

 

끝말잇기 놀이의 첫 단어는 이제

아무도 기억나지 않아

몇 번의 입담을 거치고 나면 나는

그들만의 정반합

 

맑은 날에도 눈은 내렸지

어쩌다 내게 닿으면 태도를 바꿔

금세 온순해져버리는 물방울들,

말의 허깨비들

 

가능한 한 입을 다물기로 했어

예와 아니오 만으로 이루어진 대답이

변질을 지나 창조에 닿았다면

그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의 문제

 

골목은 사계절 내내 눈이 내렸지

걸어 들어간 사람들마다

눈사람이 되어 나왔지

더러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 시작 메모 ]

 

()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나이를 더할수록 말이라는 것이 점점 무거워지고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겠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라는 모로코 속담이 있듯이 우리는 관계 속에서 말을 통해 수없이 많은 상처를 주고 또 받으며 살아간다. 용서할 수 있지만 잊을 수는 없는 말들이 연인이나 가족, 이웃이나 동료들 사이를 비수처럼 날아다닌다. 언제나 나를 먼저 돌아보고 말 속에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얹어서 입술을 떠나보낸다면 그 향기에 맞은편 얼굴이 환하게 피어나지 않을까. 말은 그 사람이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약력 ]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문학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복숭아문학상 대상, 경주문학상 수상

시집 『눈물 이후』(2018년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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