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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레를 찾는 사람들 / 최규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4 [11:58] | 조회수 : 166

 

  © 시인뉴스 포엠



 

부레를 찾는 사람들

 

최규리

 

 

 

테라스에 앉아 턱을 괴고 창밖을 봐요. 언제부턴지 비는 내리고 비가 내려요. 나무 뒤에 숨어 담배 피우던 소년은 기타를 메고 맨홀 속으로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빗속을 뚫고 허공에 떠다니는 보도블록 조각들이 건조해요. 언제부턴지 비가 내려요. 맨홀 뚜껑을 열고 사람A가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맨홀 뚜껑을 열고 사람B가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맘에 갇히고 상어떼들은 부레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어요.  

 

거친 숨소리로 핏빛 이빨을 드러내며 스쳐가네요. 맨홀 뚜껑이 열리고 나는 눈을 감고 안을 들여다봐요. 아스팔트는 와락 갈라지며 수몰된 도시가 펼쳐졌어요. 정지된 눈동자들은 서로의 가슴을 도려내고 기억을 지워요. 지워질수록 우리들은 수면 위로 떠오를까요? 사람들은 끝없는 행진을 해요. 그 뒤를 무작정 따라 걸어요. 빗속에서 빛으로 감싼 어깨를 따라 걸어요.

 

 

  

 

 

 

 

 

 

최규리

 

 

 

초인종은 신경질적으로 다급했어요. 블라우스를 입고 목걸이를 할 때 벨은 반짝이는 큐빅을 부수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으르렁거려요, 창문이 깨지고 커튼이 펄럭여도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이 방엔 아무도 없거나

 

꽃병을 기다리고 있어요. 외출을 멈추고 벽 속에 나를 밀어 넣어요. 전화벨이 울려요. 방안에 물이 차오르고 벨은 언제나 평화로울 줄 몰라요. TV를 보거나 소파에 누워 차를 마실 때

 

벨은 몸을 휘감고 시계를 토해요. 벨이 입을 벌리고 날름거려요. 벽에 걸린 캔버스에서 뮤즈가 벽을 타고 흘러내려요. 눈이 지워진 그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이 방엔 내가 없거나 훔친 벨소리만 가글 거려요.

 

 

 

 

 

 

 

 

 

< 시작노트>

 

비가 내린다

수몰된 지하 도시로 나를 흘려보낸다

오래도록 바라보며 오래도록 지워지길

여러 겹의 허공은 난무한 얼굴들로 빗발친다

물 위로 떠오르기 위해 심장을 도려내는 사람들

맹목적으로 앞선 자를 따라가는 사람들

숨소리마저 집어삼킨 포식자의 이빨 사이로

유령들이 지나간다

 

 

 

 

 

<약력>

 

최규리

서울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시와세계》 등단

2017년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

현 시인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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