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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말 / 금 시 아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4 [12:05] | 조회수 : 220

 

  © 시인뉴스 포엠



 

숨은 말

 

금 시 아

 

 

 

세상에서 잃어버린 말 하나 있다

좀처럼 낯설어지지 않는

아무리 서둘러도 닿지 않는 말 하나,

외출 할 때나 집을 나설 때면 꼭

문밖에서 먼저 기다리는 말이 있었다 항상,

먼저 문을 열고 내가 뒤늦게 문을 닫았던 기억이 있다

문밖에서 종종거리다 다그치면

단추 구멍이 어긋나거나 화장이 삐뚤어지거나

미처 잠그지 못한 밸브가 있었다

팔짱 끼듯 천연덕스럽게 친절한 말

입술 끝에서 하루 종일 제일 바쁜 말의 안쪽 말

성격이 급해 쉬 붉어지는 말의 반대쪽 말  

외출 준비를 하다

문밖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다

부르는 소리 채근하는 소리 없는데도 살짝

문을 열어놓는다

어떤 말이 종종거리는 것처럼 서두른다

그럴 때는 입술이 삐뚤어지고 앞섶 길이가 어긋나고

점검하던 밸브 하나 여전히 숨고는 한다

너무 멀어 들리지 않는 환청처럼

잠깐 돌아보게 하는 말

머뭇거림이 있어 성급할 때마다 바쁠 때마다

문득 나를 붙잡는 말

현관문 앞 덩그렇게 비어있는

얼른 와,의 다른 세상의 말 하나

천천히 와.

 

 

 

 

 

 

 

 

시작노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문득 빈자리가 선명해지고 기억이 또렷해질 때가 있다. 그때야 더욱 소중해지고 간절해지는 숨은 말. 누구에게나 가슴에 유리 조각처럼 박혀 반짝이고 있는 숨은 말 하나 있을 것이다. 현관문 앞에 덩그렇게 비어있는 다른 세상의 말 ‘천천히 와’, 날카로운 가슴에 베이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새처럼 들락거린다.

 
 
 
 
 
 
 
 

금시아 프로필

2014년 《시와표현》 등단

시집 『툭,의 녹취록』, 『금시아의 춘천_미훈微醺에 들다,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  

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2011)

16회 강원여성문학상우수상(2019)

14회 춘천문학상(2016)

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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