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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용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 봄을 재건축하다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8 [19:58] | 조회수 : 227

 

  © 시인뉴스 포엠



봄을 재건축하다

 

 

 

봄바람이 불면 벚꽃만 피고 지는 게 아니다

밑단 풀린 달빛이 너덜대는 골목, 누군가

집을 흥정하곤 해머로 봄을 재단하고 있다

다 닳은 골목은 늘 이런 식, 

수선집에 맡긴 바짓단처럼 잘려나간 봄은

구름 몇 조각을 덧대도 헐렁하다

길고양이도 영역을 잃어버린 건축의 반란,

봄이란 게 그런 거라고 해두자

배냇저고리 같은 목련이 옷고름 푸는 것도 잠시,

억수로 치솟는 집값에 밑동이 잘려나간다

털어낸 구옥 기왓장 밑 해묵은 비사祕事

허물어질 때마다 꽃구름처럼 ​잘도 폈다

식당을 하다가 말아먹은 김 씨가 전세금 빼먹고 월세로 갔고

노총각 이 씨는 눈사람처럼 고독사했다

드라마틱한 감정이 벽지곰팡이로 파다하게 번진

이 동네 골목 4번지

봄을 재건축하면 시세차익은 얼마나 날까

가난을 허문 자리에 필 꽃은 피고

질 꽃이 질척하게 지는데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축주 만면,

봄물 들어 화사하다.

 

 

 

사족)

 

구옥을 털어내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일이 흔해졌다. 한편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부작용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대부분 건축주들이 제2금융권을 끼고 분양을 하는데 집을 가지고 싶은 서민층은 최소 계약금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유혹에 분에 넘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90% 이상 남은 잔금은 고리 대출로, 결국 빚덩어리 주택은 짐이 되고 만다. 그렇든 말든 건축주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오늘도 오래된 집 한 채가 무너지고 있다. 며칠 후면 분양 현수막도 걸리겠지.

살던 사람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언제부턴가 봄은 집장사 손길에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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