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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베고 잠들다 외1편 / 송연숙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9 [13:33] | 조회수 : 87

 

  © 시인뉴스 포엠



 

팔을 베고 잠들다

송연숙

 

 

내 팔을 내가 베고 자는 잠

손 없는 잠,

손을 쓰지 않는 잠을 다녀오겠다는 뜻이다

 

기승전결도 없다

미나리꽝 속으로 스며드는 뱀처럼

차갑고 눅눅하다

주차한 곳이 생각나지 않아

종착과 출발을 동시에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꿈, 이 꿈을 밟으며

누군가가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떠나간다면

내 얼굴에 꽃잎이 뭉개지기라도 한다면

모로 누운 등은 또 얼마나

쓸쓸한 바깥이 될까

 

헛꿈을 휘젓던 두 손

가위눌림이 가득 들어 있던 그 팔

머리카락이 팔목을 휘감고

눌린 귀의 말을 귓속말로 듣는 팔목

귓속의 말은 팔의 정맥을 따라

파랗게, 파랗게 돈다

가까운 화단에서 흰 모란이 피는 소리

손등으로 듣는다

비유와 상징만으로 구성된

시간과 공간, 사물과 인물들이

투덜투덜 빗소리를 타고 창문에 튀어 오른다

 

어둠 속에서만 살아 발바닥이 없는 꿈

어디에 안착할지 모르는

꿈의 뒤꿈치, 거칠거칠 하다

 

머리맡에 걸어 둔

빗방울 같은 하루를 조심스레 디뎌본다

 

 

 

 

 

 

거울의 방

송연숙

 

 

거울 속의 나는 실상일까, 허상일까

수세미처럼 구겨져 아침의 벽에 매달리는 얼굴

무게를 잃는다

 

오목거울이 내 몸을 깎아낸다

기울어진 나를 담는다

무한량無限量의 세상을 담고도 저토록 가벼워

들어가기만 하면 말끔하게 무게를 마셔버린다

 

무게 없는 육체라니, 유리벽 뒤 저 세상은

전생과 후생, 그 어느 쪽일까

그 어떤 죽음처럼 차가운 촉감이 손끝에 닿는다

칼라사진처럼 지나가는 시간의 터널

거울 밖의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고 있는데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갈아입은 수의처럼

 

나를 확인하고,

나를 숙주로 살아가는

저 세상으로 들어가 도화꽃잎 몇 개 피어나기도 하는

뚜껑 덮으면 사라지는

 

저 무변광대無邊廣大의 세상

 

 

 

 

  

 

 

송연숙

   

■ 약력

2016 <시와표현> 등단

2019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밀알상)

시집 『측백나무 울타리』

.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와표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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