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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깊은 꽃집 안주인 외 1편 / 이주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9 [13:45] | 조회수 : 43

 

 

  © 시인뉴스 포엠



 마당 깊은 꽃집 안주인 외 1

 

 이주희

 

 

그녀의 칠십 평생은 안개꽃이었다

 

출근하는 장미를 도드라지는 빨강으로 빛내고

학교 가는 튤립을 오색 구슬같이 꾸며주고

오도카니 집에 남은 백합의 향기를

팔랑팔랑 흰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들었다

뾰로통해진 카네이션에게는 햇살 한 아름 안겼다

시들시들 처진 프리지아에겐

손뼉 응원을 하고 살며시 등허리를 받쳐주었다

백로 지나고 쌀쌀한 기운에 해쓱해진 국화를  

앙상한 두 팔로 힘껏 보듬어주었다

 

마당 깊은 꽃집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폭풍우가 들이닥친 날

겁에 질린 꽃들 앞에서 그녀는

퍼스트 펭귄이 되어 오리무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출근길 장미는 여름날 모래알만큼 반짝였고

등굣길 튤립은 무지개같이 영롱해졌다

백합 향기는 멋쟁이나비처럼 온 동네를 누볐으며

카네이션은 볼우물이 파이도록 웃었다

프리지아는 감로수를 들이켠 듯 발랄해졌고

혈기 되찾은 자주색 국화는

추석빔이라도 입은 양 의기양양해졌다

 

 

 

 

 

 

 

 

 수인(手印)

 

 

 

2 1

9회 말 투아웃 만루에 투 쓰리

 

투수 코치는 오른쪽 팔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여 다섯 손가락을 위로 쫙 펴 보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왼쪽 팔은 아래로 늘어뜨리고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다섯 손가락을 펴서 밑으로 향했다

네가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니라

투수는 빙그레 웃었다

 

투수가 포수를 보았다

포수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포수의 웃음은 내야수에게 또 외야수에게 나비물처럼 퍼져갔다

 

 

 

 

 

약력 :

서울 출생. 2007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마당 깊은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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