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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키스할까요? 외1편 / 최규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9 [14:13] | 조회수 : 134

  © 시인뉴스 포엠



 

우리 키스할까요?

 

최규리

 

 

 

불규칙한 감각들이 날렵해진다. 파멸로 치닫는 공기가 다시 배정된다. 완강히 닫힌 그대 입술을 열어요. 혀를 열어요. 허를 찔러요. 뒤돌아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흔들리는 눈빛이 마음을 여는 방식이 아니란 걸 진작에 알았지만 구름은 옷깃을 배회하고 내 소매를 기웃거리죠. 방향성 없는 곡선은 없어요. 골목의 나선형은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혀로 감싸 안은 지난날의 바깥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서로가 악수를 하듯 서로의 혀에게 깊은 경외의 인사를 나눠요. 혀를 풀지 말고. 혀의 돌기를 찾아. 깊이 누적된 아픔을 찾아 경배합시다. 함몰된 일상의 목구멍 속으로. 기암절벽의 대화 속으로. 여러 겹의 쓴맛이 단맛이 될 때까지. 기억의 창들이 깨지고 부서지도록 요란한 키스를 합시다. 심장이 터지도록 노래합시다. 되돌림표처럼. 다리가 부러진 흔들의자처럼. 회전의 전이가 울음을 복제하고. 뱀들이 심장을 빨아먹는다 해도. 한없이 무능함으로. 끊임없이 미련하게. 흩어지듯이 결국 사라지듯이. 막말을 뱉어내고. 비웃음은 천진난만하게. 어둠을 걷어낸다. 길이 빛으로 확산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사라진다. 망각의 길로. 환각의 길로. 혀는 떠돈다. 뱉었다가 끌어당기고. 빨고 또 빨고. 휴지통에 버려진 삭제된 메시지들은 딸꾹질을 멈추지 않고. 절름발이 목젖이 조용해질 때까지. 아침이 올 때까지. 집을 팽개치고 다시 지을 때까지. 거짓말쟁이 혀를 빨아요. 하얗게 표백될 때까지. 기다림의 방식을 차용할 때까지. 눈사람이 녹듯이. 눈이 흘러내려 입술이 지워지도록. 입술이 지워져 평생 키스가 멈추지 않도록. 혀는 복수를 멈추지 않고. 정오의 햇살처럼 솟구치듯이.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는 춤을 추고. 벗을 수 없는 구두에 광을 내고. 우울할 때 강박적으로 입술을 물어뜯어도. 미치도록 서로의 목을 끌어안고. 미치도록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발맞추어 나가는 어린아이처럼. 약속하듯이. 철저하게. 내가 아닌 타인의 것처럼 요란한 키스를 합시다. 우리 사이의 거리에 대해. 자랑을 내려놓고. 허세를 내려놓고. 눈물의 길이를 재지 말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우리의 키스를. 좋은 아침이 올 때까지.

 

 

 

 

 

부레를 찾는 사람들

 

최규리

 

 

 

테라스에 앉아 턱을 괴고 창밖을 봐요. 언제부턴지 비는 내리고 비가 내려요. 나무 뒤에 숨어 담배 피우던 소년은 기타를 메고 맨홀 속으로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빗속을 뚫고 허공에 떠다니는 보도블록 조각들이 건조해요. 언제부턴지 비가 내려요. 맨홀 뚜껑을 열고 사람A가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맨홀 뚜껑을 열고 사람B가 들어가요. 비는 내리고 맘에 갇히고 상어떼들은 부레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어요.  

 

거친 숨소리로 핏빛 이빨을 드러내며 스쳐가네요. 맨홀 뚜껑이 열리고 나는 눈을 감고 안을 들여다봐요. 아스팔트는 와락 갈라지며 수몰된 도시가 펼쳐졌어요. 정지된 눈동자들은 서로의 가슴을 도려내고 기억을 지워요. 지워질수록 우리들은 수면 위로 떠오를까요? 사람들은 끝없는 행진을 해요. 그 뒤를 무작정 따라 걸어요. 빗속에서 빛으로 감싼 어깨를 따라 걸어요.

 

 

 

 

 

  

 

 약력>

 

최규리

서울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시와세계 등단

2017년 질문은 나를 위반한다

현 시인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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