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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 자작나무숲이 보낸 답장 / 최애란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19 [15:02] | 조회수 : 271

 

  © 시인뉴스 포엠

 

 

  아슬란, 자작나무숲이 보낸 답장

 

 

 

  안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분홍색 원피스 끝단을 배배 꼬는 아이, 다락방에서 훌쩍 대다 다리를 배배꼬는 다른 아이, 옷장 문을 열고 분홍으로 발발 들어간 아이, 마녀를 따라 숲으로 발발 들어간 아이, 아슬아슬 아슬란을 따라 별별 소문에 들어간 아이, 자작나무숲에서

 

  나는 안의 아이들에게 설익은 마음을 들켰다네

 

  아슬아슬 맘까지 말며 내려간 아이, 목소리가 커져 들리지 않는 아이, 익은 별별 아이들을 마녀가 우울하게 내려다본다네

 

  나보다 팔다리가 안의 아이들, 데려와야겠네 더는 흘러들지 않도록 더는 흘러내리지않도록, 주저앉혀야겠네 단단히 나를, 접어야겠네

 

  안의 아이들로부터 답장이 왔다

 

  ......

 

 

 

  시작노트

 

  생의 마디마다 인간의 존재를 고독이라는 말로써 치환한 릴케를 떠올리며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곤했다. 엎어지고 자빠지고 속수무책 현실일지라도 오늘을 지운자리에 반듯한 내일이 반드시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마녀를 따라 숲으로 발발들어가고, 아슬아슬 아슬란을 따라 별별소문을 부려놓고, 사각 사각 원고지에 달빛을 들여놓고, 어떤방식으로든 나를 데려왔다. 그럼,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까? 목소리가 커져 버린 나는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익은, 그래서 삶을 규정짓는 불확실한 죽음에 닿을 때까지 그렇게, 안의 나를 찾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최애란약력

 

  2006<심상>등단.

  시집<종의 출구는 열려있다>.

  인터넷문학상 대상 수상.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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