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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서서 죽는다 외1편 / 박재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3 [10:26] | 조회수 : 66

 

  © 시인뉴스 포엠



 

나무는 서서 죽는다

 

 

숲속에 들어가서

서서 죽은 이를 보았다

 

위 몸통은 무너져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지만

아래 몸통으로 남은 고목을  

 

그는 썩어가면서

죽음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소멸이 정지된 무표정한

묘비명과는 달랐다

 

사슴벌레와 개미들이

속살을 갉아먹고 있었고,

몸통에 빨대 꽂은 잔나비 버섯은

죽음을 빨아먹으며

삶의 자리를 넓히고 있었다

 

아마 서서 죽은 이의 정신도

정결한 직선이었을 거야

그러기에 썩은 시신임에도

생명의 둥지로 거듭나고 있는 걸 거야

 

저기 저, 깊은 숲속에

한줄기 벼락처럼 꽂혀 있는 이는

 

 

 

 

 

 대청마루

 

 

대청마루에는

익숙한 바람이 살고 있었다

 

나주객사에도

보길도 세연정에도

구례 운조루 안채에도  

 

그곳에 가면

오래된 버릇인 듯 드러눕고 싶어졌다

 

지나가는 바람의 결을

몸이 먼저 알고 반응했다

 

삶은 고구마를 머리맡에 두고  

빈둥빈둥 누워 지내던 일  

해 바른 자리에서

가위 들고 손톱 발톱 깎던 일

 

대청마루에 누웠다가

깜박 잠 들어본 사람은 안다

 

바람의 문갑을 열어보면  

칸칸마다 옛날 사연이

사무치게 들어 있다는 것을  

 

 

 

 

 

 

 

 

 

 

 

- 박재옥 약력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2006<문학공간>에 소설로, 2014<문학광장>에 시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관음죽 사진첩(시산맥 간)』을 발간하였으며 ,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이다. 2<단국대학교 교단문학상> <한국문학 대학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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