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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외1편 / 유애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3 [10:31] | 조회수 : 42

 

  © 시인뉴스 포엠



 

마중

 

유애선

 

 

 

저녁마다 물에 젖어오는 내 사랑은

작고 여린 순 같은 몸으로  

어떻게 저 넓은 바다를 밤새 헤엄치는 걸까

성게와 우뭇가사리를 잡기 위해 망사리를 짊어지고

그가 망망대해에 떠있는 밤

창문 밖 살구나무는

꽃 진 가지에 매달린 살구 한 알을

처량하게 바라보는데

내 슬픔은 너무 커서 어떤 말로도 옮길 수가 없고

내 외로움은 너무 깊어서

바닥까지 보여 줄 수가 없다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무 뽑듯이 조용히 몸을 뽑아

대문 앞에 등대처럼 불 밝혀놓고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몽유병 환자처럼 원고지 위를 돌아다닌다

돌고래 울음 같은 숨비소리 내며

무거운 망사리를 끌어 올리는 그는

살기 위해 밤마다 숨을 참고 있는 걸까

잘게 토막 난 말투로

오늘 밤도 손가락이 중얼거린다

살구꽃으로 찰찰 넘치던 내 사랑

마당 살구나무도 입술을 깊게 닫고

생각의 구덩이를 파고 있다

 

 

 

 

 

 

 

 

 

 

 느티나무

 

 유애선

 

 

 

고단한 바람이 하품을 하고

밤새 수다 떨던 장맛비도 쪽잠 자는 아침

도시로 갔던 바람이 돌아온다.

그 자리에 서서 목이 점점 길어지는

사슴 같은 나무 그늘 밑으로

고속도로 바람이 더위 몰고 오자

, 밭까지 팔고 떠나갔던

더위에 지친 고향 사람들 돌아와

초록빛 양산 받쳐 쓰지만

머리가 하얀 노인들은 그 더위를

부채로 쫒아내고 있다

젊었을 때 뽐내던 화려했던 옷들

모두 벗어 버리고

애벌레처럼

나무 밑에 고물고물 모여 있다

 

 

                 

 

 

 

유애선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수석졸업

계간 <시에>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21회 아리문화상 수상

2019년 성남문화예술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으로 <백일의 약속>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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