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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외1편 / 권자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4 [11:26] | 조회수 : 57

 

  © 시인뉴스 포엠



 

 

괜찮아

 

 

권자미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은

괜찮지 않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괜찮은 게 있던가요

세상에 괜찮은 건 없어요

우리는 괜찮지 않을 때

놀란 얼굴로, 괜찮아?

묻곤 하지요

괜찮지 않아도

아프지나 말자고

떠나는 당신 등에 대고

나는 말해요, 괜찮아요

나를 향해서도 말해요, 괜찮아

괜찮아요

그런줄 알지만 다 알지만

왼쪽 귀를 대봐요

당신도 괜찮지요

하면서도 괜찮지 않았으면 해요

 

 

 

 

 

 

 

 

 

 

 

 

 

 

 

아마도 상처

 

 

 

귀를 접고 나는 순해진다

날카로운 유리병 조각 파도에 이끌려다니며 무던해진다

모래 속에 투명한 보석이 된 후

 

매일 사랑을 생각한다

조금씩 부서지면서

 

마모되는 것들은 은은하게 깊어지는 것

 

귀는 자란다

시멘트 바닥에 한쪽 귀를 문대는 동안에도 증식하듯

 

장천을 굴러굴러 달은

목젖이 새파랗도록 모서리를 깍는데

뽀쪽하게 자라는 귀 다섯을 접느라

별은 별대로 모여 밤마다 자그락거린다는군

 

파도가 부서진다

부서진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야

우리는 맹세처럼 단단해진다

 

그는 나를 안을 수 없다

이미 팔이 부서졌으므로

 

우리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눈꽃빙수를 먹을 때

얼음은 얼음을 풀고

유리잔을 말갛게 통과한다

 

멀리 사람 사는 마을까지와

바다는 귀를 깍고

기를 꺽고

마침내 둥글어진다

 

 

 

 

 

 

 

권자미

2005년 시안등단 , 2012년 시집 지독한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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