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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외 1편 / 김순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5 [10:44] | 조회수 : 66

 

  © 시인뉴스 포엠



 

달팽이

              김순옥



  둥글게 말려있던 혀가 기어 나온다 느릿느릿 익숙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

 몸에서 뒹굴던 그림자가 꼬리를
 꼬리를 흔들며 으르렁

 오줌을 싸고 돌아서는 개에게 눈길이 간다 이따금 줄을 당기는 손이 있는 나는

 맛있는 당근 맛있는 시금치 질기고 딱딱한 으르렁, 나의 풀밭에서 몸을 말린다  본 것과 경험한 것 사이에서 여름잠을 잔다 미지근하게 미지근하도록

 병뚜껑을 머리에 쓰고 지나가는 사람

 멀쩡한 줄 알았더니 멀쩡한 사람이 아닌 달팽이라서 아직
 길은 살아 있다

 꿈이겠거니

 눈을 뜨고 싶지 않은데
 벽을 짚고 일어서는 달팽이

 떨어져 나간 눈이 길바닥에서
 자라고 있다


계간 시산맥 201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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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증후군

              김순옥



로라, 어서 번호표를 나눠줘

늙은 왕이 죽었대, 그래서
우는 사람은 없고 웃는 사람만 있대

하루하루 그가 죽어가는 장엄한 장면을 기억해야 해
그때부터 불판 위 양념을 두른 살점들은 알아서 돌아눕기 시작했다지
살점들이 쓱쓱 칼 가는 소리에 웃겨 죽겠다고 배꼽을 잡았대

짐의 얼굴을 보아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는 흉내를 내 보는 것도 괜찮아
로라, 양팔을 찢어져라 벌리고
부뚜막에 올라갔던 고양이 엉덩이가 0.2밀리
달아났다지, 아마도
이쯤에서 버린 이가 딱딱한 흰 갑옷을 입고
조문하는 이로 돌아와
아궁이 속 달걀 밥을 뒤적거리고 있겠지

장엄한 장면은 수도 없이 갈아치워야 하니까, 나는 웃기 시작했어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어서
순번이 정해지는 대로 손이나 흔들었지
무방비로 쏟아지는 리어왕, 있다 없다
죽어서 감은 눈을
,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


계간, 시현실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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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약력: 201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울산문인협회 회원. “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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