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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고 있는 둥구나무 외 1편 / 이주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5 [10:54] | 조회수 : 41

  

  © 시인뉴스 포엠



 

 

졸고 있는 둥구나무 외 1

 

 

                                    이주희

 

 

조개구름이 손짓하며 알은체해도

회오리바람이 으름장을 놓으며 흙먼지를 날려도

여우비가 성가시게 굴어도

호랑거미가 집을 짓는다며 수선을 피워도

까치가 우듬지에서 까악 깍 우짖어도

장승 부부가 티격태격 시끄러워도

 

경운기가 탈탈거리며 지나가도

이장이 마이크 잡고 주민들에게 안내 말씀을 올립니다 해도

강 노인네가 베트남 며느리를 맞아들여도

 

구급차가 치매 앓는 윤 노인을 노인병원으로 데리고 가도

김 노인의 꽃상여가 가뭇없이 멀어져도

 

 

 

 

 

 

 

 

 

 

 산호 반지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화수 한 사발 올려놓고

육 남매네 무병과 안녕을 빌던 엄마

풍을 맞아 오빠네 집으로 들어가던 날

붉은 산호가 잡귀를 물리쳐준다며

반지를 하나 사달라고 했다

 

언니는 백일홍 닮은 브로치를

나는 강낭콩만 한 알이 박힌 반지를 사드렸다

오빠는 마당 한켠에

붉은 열매 잔뜩 열라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산호 반지는 건넌방 엄마의 왼손 약지에서

자식들 궂은 날 물러가고 웃날 들라고

 

새벽달 아래선 만() 자 새긴

아침 이슬 찰랑거리는 승로반(承露盤)이 되고

칠월 칠석에는 칠성당을 지었다

상달엔 붉은 팥 고명이 푸짐한 고사떡 안치고

동짓날엔 새알심 동동 뜬 팥죽을 쑤었다

마을 어귀 오색 헝겊 펄럭이는 당산나무였고

오리 한 마리 올라앉은 솟대가 되었다

진산 오르는 길섶의 돌탑이었고 당집이었다

 

해거리도 없는 산수유나무는

아들딸부터 증손주까지 골고루 나눠줄

산호 반지를 꽃자리마다 끼고 있다

 

 

 

 

 

약력  

서울 출생. 2007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마당 깊은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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