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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고 외1편 / 장 자 순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3/26 [10:16] | 조회수 : 58

 

  © 시인뉴스 포엠



 

피고 지고

                  장 자 순

 

 

  길과 길이 이어지고 길은 길을 바라보고

  길은 그대로 이고

 

  흐르는 물이 늙어가고 건물이 늙어가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기 위해 늙어가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기 위해 늙어가고

 

  꽃과

  나비와

  날 파리는 시간을 공유했지

 

  그리움과

  이별과

  만남은

  점으로 살아가고 점으로 지워졌지

 

  목숨은 오래 있다가 오래 없어지는 바램

 

  살고 지는 것이 밥 한 톨의 무게를 등에서

내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아무도 말 할 수 없었다

 

  

 

 

 

 

  타인의 슬픔

                 장 자 순

 

  산의 빛들이 잎으로 떨어지고

  그곳을 바라보는 유리창의 세계

  밝음 쪽으로 공중에 떠있다

  통로 앞쪽 빛에 도달할 무렵

  창의 커튼은 그늘의 무늬를 반쯤 걸쳐 놓는다

  생각의 일부가 빛에 부스러진 것처럼

  눈의 사물은 초점에서 흔들렸고

  최후의 결심은 문틈으로 젖어있었다

  눈 가까이에 있는 낱말들은 스스로 빠져나가고

  구름덩어리를 몰고 가는 바람과 바람의 소리 사이에

내가 있다

  길을 잃어버린 오후의 느티나무 사이로 모래 같은

햇빛,

  나무그늘은 서투른 표정을 지어보였다

  빛이 빛으로 돌아갈 무렵

  문득이라는 소리는 어둠에 살고 있듯이

  오던 길에 놓아두었던 현상이라는 길 스스로 반쯤 눈을 감는다

  위치가 불안해진 그 자리에 또 하나의 빛과 그림자

  한 무더기의 형체 같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사각의 음영은 완성되기 전에 바람이 불어와 스스로를

부순다

  계속 낡아가면서 저항하는 사물들

  피를 흘리지 않고  타인의 슬픔을 바라보는 슬픔

  나팔꽃 덩굴손으로 자라나 허공으로 목이 길어지듯이

  햇빛이 말라가고 있다

 

 

 

 

 

◇약력
·2014<시에>로 등단.
·시집으로 『새들은 일요일에 약속을 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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