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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 김 덕 원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4/03 [09:36] | 조회수 : 195

  © 시인뉴스 포엠



 

아름다운 이별

 

어떤 실체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의 가을 같은 인생의 심연에는

석류알 보다 더 붉은

소리 없는 눈물자국과

비명 없는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고단한 어스름을 향한 여정에 꽃이 출렁이는

시간이기를 바람의 온기가 숨쉬기를 바랐었다

 

면면부절(綿綿不絕) 한 치의

벗어남도 허락하지 않는 견고한 옹벽

그것은 절대적인 고립인 동시에 밖은

존재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당위성으로

아픈 손가락의 결핍을 채울 수 없어

천년을 쪄낸 목판 위에 을 새기듯

가슴에 꽂혀 짐짝처럼 짓누르고 있었나 보다

 

다가갈 수 없는 아픈 손가락과 사이에

놓인 오작교를 건너지 못하는 몸은

불 떠난 굴뚝처럼 식어 가는데

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고 외면하고픈

약하지만 강한 척 세월로 세공한

모성에 천공이 생기고

하늘이 열리던 날

여보!

미안해요

나 이제 이 수고론 짐 내려놓고

아버지 품에 쉬려 하오

 

!

얼마를 더 울어야

얼마를 더 시려야

그분의 숭고한 미소를 볼 수 있단 말인가

 

구차한 연명을 거부한

아름다운 이별 앞에

소망을 품은 씨앗 한 톨 남겨

살아있는 자의 몫으로 슬픔의 악보를 옮기고

꽃길을 가시도록 그윽한 햇빛을 들여 놓는다

 
 
 
 

-시작노트-

 

자식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다.

모성의 깊이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자녀는 소유물이 아닌 선물이라고 한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선물이라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 시는 장애아를 둔 부부의

이별을 담았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첫 선물.

그가 살아내야 할 턱이 너무 높고 그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는 세상이기에 엄마는

평생을 더 치열하게 살았다. 속울음을 삼키며

비명 없는 주름을 만들던 세월이 어느덧 그 아이

서른다섯. 엄마는 위암 말기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슬픔의 악보를 남은 자의 몫으로

남기고 떠났다. 소망의 씨앗 한 톨 남겨두고.

 

 

 

프로필

 

우보(友甫)

 

*서울거주

*월간국보문학신인상등단

(어머니,論介賦,세기의정사)

*시집/내게남겨진계절

*담쟁이문학문인회원

*시산맥문인회특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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