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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의 시평-2 / 빗방울에 대하여 손 진 은

서대선교수 | 입력 : 2020/04/25 [10:44] | 조회수 : 110

빗방울에 대하여

 

          손 진 은

 

 

온다, 타던 가뭄 끝에 반가운 것들이

바람에 실려 몰려온다 물큰, 흙비린내가 건너오고

입 벌린 풀과 나무 대지가 얼싸안고

내 머리통과 손바닥을 때려대던 그들이

목멘 개울 바닥에 웅성댄다

물줄기의 가슴 온통 벌겋게 하는

저 경쾌하고 날랜 춤들

긴 주둥이의 개울이 저들을 삼킨다 말하지 말라

웬걸, 저 물속 껄껄 웃는 작은 용사들

중공군보다 더 많은 떼가

개울의 위엄을 만든다

광야로 목젖 열어젖혀

풀뿌리 산 것들의 뼈를 일으켜 세운다

먼저 온 이들 어깨 위에 호기롭게 퍼질고 앉아

강으로 떠밀고

바다로 제 몸 밀고 갈 것이다

넘치는 개울의 당당한 성원이면서도

주장하지 않는 하늘의 저  싱그러운 아들들!

물 이랑마다에 저이들 울음이 심겨 있다고

섣불리 말하진 못하리라

기껏 한방울, 한 줌일 뿐인데

오래 지켜본 자들은 알 것이다

뛰어내리는 저 무수한 발걸음의 긍지가

마침내 너른 강과 빛나는 나루를 만든다는 걸

 

               

 

 

 

 

 

 

 

모두를 위한 하나의 힘

 

                    서 대 선 ( 시인 )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Un pour tous, tous pour un)'

                                              -삼총사(Les Toris mousquetaires) 중에서

 

 

 

“저 물속 껄껄 웃는 작은 용사들”

“광야로 목젖 열어젖혀/풀뿌리 산 것들의 뼈를 일으켜 세운다/먼저 온 이들 어깨 위에 호기롭게 퍼질고 앉아/강으로 떠밀고/바다로 제 몸 밀고 갈 것이다”

 

  물 한 방울의 힘은 얼마나 될까? 작게는 손 시인의 “머리통”과 “손바닥”을 때리는 힘이다. 그러나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타던 가뭄 끝에” 내리는 “ 빗방울”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목멘 개울 바닥에 웅성” 대던 “빗방울”은 “가슴 온통 벌겋게 하는/저 경쾌하고 날랜 춤들”의  "물줄기“로 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랴, “중공군 보다 더 많은 떼의” “껄걸 웃는 작은 용사들이” 되어 “개울”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1943-2014)는 ‘물웅덩이에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면 물웅덩이 전체에 파문이 퍼져가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우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한 방울의 물처럼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온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이다. 똑똑똑 떨어지는 한 방울의 맑은 물이 옹달샘 전체를 맑게 하고, 한 사람의 작은 미소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모두의 하나’가 되는 힘의 원천일 수 있듯이 한 방울의 “빗방울”이 모이고 모여 ‘모두가 되어’ 바다로 나아가는 “빗방울”의 힘을 전언 하는 손 시인의 시가 경쾌하고도 도도하게 우리들 마음속으로 흘러든다.

 

  물 한 방울이 일으킬 수 있는 ‘연쇄반응’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미래학자 레이커즈 웨일(Raykurz Weil, 1948~ )에 따르면 21세기는 20세기에 비해 무려 일천 배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빠른 변화의 중심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물 한 방울’이라고 한다. 물 한 방울이 가진 힘은 미약하지만, 한 방울 한 방울이 함께 모였을 때, 그 힘은 대단해 진다는 것이다.

 

 “온다, 타던 가뭄 끝에 반가운 것들이/바람에 실려 몰려온다 물큰, 흙비린내가 건너오고”

 

  비가 올 조짐이 보인다고 가정 해보자.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먼저 기후 센서가 이 징후를 포착하게 된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비가 올 것인지 등등의 정보가 해당지역을 관리하는 네트워크에 전송된다. 그러면 그 네트워크는 관련된 또 다른 네트워크들에게 이 정보를 전하게 되고, 그에 따른 대책들이 속속 실행된다. 도로의 센서들은 비 때문에 도로가 미끄러워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로등은 운전자들이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밝아진다. 공사장에서는 비가 온다는 예보에 따라 공사 중단이 통지되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당일 받기로 했던 공사장 자재들도 배송 대기 상태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야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각종 경기들이 취소되거나, 비즈니스를 위해 준비 되었던 실외 미팅도 바로 실내로 전환 될 것이다. 농업 관련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물 관리 시스템과 공조하여 관개 수위를 최적화 하고, 토양이 적절한 수분도를 유지 할 수 있도록 하여 농작물들이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넘치는 개울의 당당한 성원이면서도/주장하지 않는 하늘의 저  싱그러운 아들들!

“기껏 한 방울, 한 줌일 뿐인데/오래 지켜본 자들은 알 것이다/뛰어내리는 저 무수한 발걸음의 긍지가/마침내 너른 강과 빛나는 나루를 만든다는 걸”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 하는 것이다. 나는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나는 42000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 만큼 줄어들 것이다.’라고 테레사 수녀는 ‘모두를 위한 하나’의 중요성을 전언하였다.

 

   손 시인은 “빗방울” 하나하나가 모이게 되면, “저 물속 껄껄 웃는 작은 용사들/중공군보다 더 많은 떼가” 되어 “개울의 위엄을” 만들고, “광야로 목젖 열어젖혀/풀뿌리 산 것들의 뼈를 일으켜 세우”는 “빗방울”들은 “기껏 한방울, 한 줌일 뿐인데” “뛰어내리는 저 무수한 발걸음의 긍지가/마침내 너른 강과 빛나는 나루를 만든다‘고 전언하고 있다. “넘치는 개울의 당당한 성원이면서도/주장하지 않는 하늘의 저  싱그러운 아들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드넓은 바다 속의 물 한 방울이 아니라  앞으로 ‘드넓은 바다가 될 물 한 방울’처럼, ‘모두를 위한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언하고 있다.

 

  물 한 방울은 생명의 한 방울이 될 수 있으며, 생명의 한 방울의 의미를 실천하게 된다면 ‘나로부터 시작 되는 정의’를 실천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비록 적어도/ 늘고 늘어서 큰 병을 채우나니/이세상의 그 큰 행복도/ 작은 선이 쌓여서 이룬 것이다’.                                                                    -(法句經 意行品)중에서

 

 

 

 

 

서대선: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2019년 시 평론집 『히말라야          를 넘는 밤 새들』. 2019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한국예술 평론가협의회상          (문학 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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