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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싣고 가는 배 외1편 / 유애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08 [10:25] | 조회수 : 76

 

  © 시인뉴스 포엠



바다를 싣고 가는 배

 

유애선

 

 

 

아침마다 구순의 시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경로당에 다니는 몸집이 작은 그녀

어떻게 하면 작은 배안에

저렇게 넓은 바다를 실을 수 있는지

육중한 시어머니가 차에 오를 때마다

그녀는 뒷좌석이 기우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파도에 기우뚱거리면서도

왜 끝까지 바닷물은 쏟아지지 않을까

바람이 불고 폭풍이 몰아쳐도

끄떡없이 바다를 떠받들고 있는 작은 배는

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집 센 파도를 가라앉히고 있다

그동안 끓여온 곰국만도 수백 그릇

국물이 뽀얘질 때까지

부글거리는 거품을 건져 버린 것도 수천 번

바닷물이 짠 건

작은 배의 눈물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일까

파도가 저렇게 거세게 몰아치는 걸 보면

구순의 시어머니는 백 살도 넘게 사실는지

바다를 싣고 사는 작은 배는

아침마다 부엌으로 둥글게 떠오르는 해가

늙은 아이의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

물론 알고 있겠지

 

 

 

 

 

 

 

 

봄비

 

유애선

 

 

 

물감을 파랗게 뿌리며

창밖으로 봄비가 지나갔다

구름 속엔 화가가 그려 놓은

촉촉한 도화지가 바람에 펄럭이고

버드나무 밑에선

개울물 뒤척이는 소리

어린 벌레들, 등을 부풀리며 꿈틀거린다

겨우내 목을 웅크린 쇠비름

흙 한줌 없는 보도블록 틈에서

발가락 세우며 얼굴을 내민다

나도 붓으로 물감을 듬뿍 찍어

옹알이하는 쇠비름의 입술을

파랗게 칠해준다

푸른 도화지에 웃음이 번진다

세상은 온통 초록빛 도화지다

 

 

 

 

 

 

유애선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계간 <시에>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백일의 약속>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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