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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의 시평-3 / 치매 이 승 하

서대선교수 | 입력 : 2020/05/11 [08:10] | 조회수 : 84

 

 

치매

이 승 하

 

 

 

 

‘까꿍’이란 말을 내게 처음 가르쳐주신 어머니

“까꿍!” 하고는 웃으신다

나는 돌아서서 운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너무도 공포스럽다. 평생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까꿍’이란 말을 내게 처음 가르쳐주신 어머니/“까꿍!” 하고는 웃으시는 이 시인의 어머니 모습은 알츠하이머형 노년치매(Senile dementia of Alzheimer type)로 보인다. 뇌혈관성 치매와 함께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이다. 치매 중에서 알츠하이머형 노년치매가 미국에서는 60%, 우리나라의 경우도 50-60%가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질환의 증상은 신경증상이나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보다는 기억력 장애, 기명력 장애, 방향감 상실 등이 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3배정도 많이 발생하며, 점점 증상이 심해진다.

 

 치매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았을 때는 ‘노망’ 났다고 표현하는 증상으로 진행된다. 한 밤중에 집안이나 집 밖에서 의미 없이 배회하거나, 인격의 변화가 오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변덕스러움 같은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행동의 장애도 발생하는 데, 심하면 자신의 배설물을 가지고 놀거나, 환각, 망상을 동반하게 된다. 1-2년이 지나면 고도의 치매 증상으로 발전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고, 호흡기나 요로계 감염도 수반되어 5-6년 후에는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퇴화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인지기능이란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파악 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능력과 같은 다양한 인지기능을 의미한다.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상은 새로 알게 되는 정보나 지식이 아예 해마(hippocampus)에 입력되지 않아 힌트를 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처음에는 단기기억상실 증세를 보이지만 점차 저장되어 있던 기억도 사라져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학습과 기억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신경세포가 빠른 속도로 죽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신경세포가 줄어들면 뇌는 쪼그라들고 시냅스(synapse)가 약해지면서 신경세포의 기능도 떨어진다  

 

 과거에는 치매를 망령, 노망이라고 불렀으며, 늙어서 노인이 되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현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치매는 뇌질환으로 본다. 치매의 원인은 약 80-9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그리고 ‘루이체 치매’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알쯔하이머병의 위험인자는 나이, 유전인자, 아포지단백 E형 유전자, 여성, 낮은 교육수준, 뇌 외상, 심근경색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는 노년이 되어 치매 발생으로 기억력의 퇴화현상을 겪기 훨씬 이전에 기억을 잊어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잊은 최초의 기억은 아주 어린 유아기 시절이다. 우린 왜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진화론에 의하면 유아기 시절의 기억은 생존에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지이론의 측면에서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기억이 저장되지 못했다고 본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쉬나 조슬린 교수와 폴 프랭크랜드 교수의 실험 결과로 입증된 것에 의하면 뉴런(neuron)의 일부가 새로운 뉴런으로 바뀌면서 기억도 초기화(Initialization) 된다고 보았다. 뉴런은 한번 만들어지면 재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해마(hippocampus)의 경우는 예외라는 것이다. 생후 몇 년 동안은  새로운 뉴런이 계속 만들어지며 아주 빠른 속도로 생성된다. 뉴런의 역할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외부자극을 해마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뉴런은 신경세포와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dendron), 다른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axon)로 이루어져 있다 두 신경 돌기가 서로 맞닿아 신호를 주고받는 부분이 시냅스(synapse)이다. 문제는 새 뉴런이 기존 뉴런을 대체하면서 기존 뉴런과 연결돼 있던 시냅스들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는 기억이 저장되는 제1차 장소이며, 그 이후의 기억은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최종 저장 된다.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는 시점은 7-8세경으로 밝혀졌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의 파트리샤 바우어와 마리나 라르키나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7세를 기준으로 3세 이전에 경험했던 일들을 기억하는 능력이 50%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그 이유로는 아동은 성인에 비해 뇌의 신경작용이 적기 때문에 조각으로 나눠진 정보를 기억이라는 형태로 저장하는 것이 쉽지 않아 기억을 더 빨리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어머니는 이 시인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다. 이 시인이 신생아 시절을 기억 할 순 없으나, 분명 어머니의 젖을 먹었으리라. 어머니의 품안에서 어머니의 젖을 빨아 먹으며 세상을 느끼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두 발로 일어섰으리라. 어머니는 자식인 이 시인이 배설한 오줌을 보고도 '아이구 시원 하겠네’라고 칭찬해주시고, 냄새나는 똥을 보고도 자식이 내놓은 선물처럼 기뻐하시며, 똥의 냄새와 크기와 색깔을 보며 건강을 가늠하셨으리라. 어머니 당신의 무릎에 이 시인을 앉히고는 세상 시름은 모두 거두어 버린 환한 얼굴로 마주보며 “까꿍‘을 가르치셨으리라. 어머니를 바라보며 “까꿍’을 따라하던 그 시간은 이 시인의 기억에 없으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이 시인도 그의 자녀에게 어머니처럼 “까궁”을 가르치며 기뻐했으리라.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어른이 되어 이제 겨우 어머니의 외로움과 어머니의 고통과 어머니의 슬픔과 어머니의 좌절과 절망을 이해하고, 마주 앉아 밤새워가며 어머니의 젊었던 시절 이야기도 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모든 기억을 어디다 잃어버리시고 아기처럼 되시다니.....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의 기억은 살아온 날들의 어떤 기억도 기억해 낼 수 없는 유아기 시절의 상태로 퇴행된 상태이다. 순진무구한 유아기의 행동을 보이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이 시인은 그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인지장애가 온 것이 아니라 모든 기억이 새로운 뉴런으로 대체되면서 모든 기억이 리셋(reset) 되어 초기화(Initialization) 된 것이라고 애써 생각해보는 것은 아닐까. 살아오시는 동안 아프고 슬펐던 사연들은 깨끗하게 지워지고, 아기처럼 모든 기억이 초기화 상태로 리셋된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까꿍”이란 말을 이 시인에게 처음 가르쳐주셨던 어머니께서 이제 아기가 되어 “까꿍!” 하고는 웃으신다.

 

 어머니, 어머니는 앞으로 웃기만 하셔요. 그렇게 세상 근심 모두 지워진 아기처럼 웃으셔요. 자식인 제가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고통, 어머니의 슬픔, 어머니의 외로움, 어머니의 절망의 시간들을 모두 기억 할게요.

시인은 “돌아서서 운다”

 

 

 

 

 

 

 

서대선: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2019년 시 평론집 『히말라야          를 넘는 밤 새들』. 2019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한국예술 평론가협의회상          (문학 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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