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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외 1편 / 김도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12 [17:24] | 조회수 : 79

  © 시인뉴스 포엠



 

민들레

 

김도연

 

 

 

오늘 저녁 빈방 하나 필요하지 않으세요?

 

질끈 묶은 머리카락

곧추세운 척추

으스스한 뒷골목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 곳까지 어둠을 비집고 다닌다

길고양이처럼 은밀히

씨앗 퍼트리며

 

우울한 빗방울이 선점한 곳일수록 느린 속도로

조심조심 낙하하고 싶어 하는

저 무거운 씨앗

 

슬픔의 끝은 기쁨의 시작과 팽팽하게 맞물려 있다

 

늦은 봄날

새하얀 날개를 달고 몸과 마음 가다듬어

추락하기 일보직전이다

 

 

 

 

 

 

 

피카츄의 사기

 

 

 

 내 몸 곳곳에 우글거리는 귀여운 악마들 언제 불쑥 튀어나올지 배꼽 긁어도 알 수 없어요 서랍 속에 숨긴 엄마의 통장을 훔쳐 샴고양이 예삐에게 리본을 사 줄까요 예삐와 함께 멀리 아주 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맘 뒤돌아올 수 없는 거기는 찬란할까요 그랜드캐논 콜로라도 깊은 골짜기에서 사억 오천년 전 외계인과 외눈박이 사랑을 나누다가 여우별에게 들키고 싶어요 여름날엔 악마의 심장도 뜨거워져 소낙비 속에 와글와글 모여 들겠죠 꼬리 긴 도마뱀의 몸통처럼 오그라든 몸을 계곡에 숨기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영혼도 날아가겠죠 아뇨 착하게 살게요 엄마와 약속한 1초 만에 변심한 마음을 사탄에게 반납하라고 닦달하겠어요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리듯 쉽게 잠들어 깨지 않는 밤

                                                                                       

 불온한 연애지침서를 탐독하다가 잠깐 순해졌던 것도 같아요 사람들은 기적을 꿈꿨고 난 희망을 고무풍선껌 띄워 허영심을 부풀렸죠 하지만 책갈피 속에 숨은 네잎클로버는 사라진지 오래 매일매일 화장을 지우고 하루하루를 불태워버리면 이별은 메이크업 진한 축제에 불과 할뿐 나를 떠난 예삐의 빈자리엔 레퀴엠이 흐르고 그럴 때마다 귀여운 악마들은 천사의 위선을 조롱해요 사랑해요! 속삭이지만 원초적 본능에 길든 사람, 사랑해요 갑자기 불경한 연애에 푹 빠져 돌아오고 싶지 않아요 아제아제 바라아제

 

 

 

 

 

 

김도연

충남 연기 출생. 2012년 『시사사』등단. 시집 『엄마를 베꼈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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