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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의 성 외1편 / 이혜민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13 [16:15] | 조회수 : 112

 

  © 시인뉴스 포엠



 

1,진흙의 성/이혜민

 

 

 

신은 어찌하여 사내의 갈비뼈를 불어 넣었을까

 

 

난 흙으로 빚었지만 흙을 알지 못했어

마른 몸에 세월을 덧붙여 뚱뚱해 졌지

높이도 시간에 눌려 줄어 들었어

덧대고 주무르고 고치는 여정이 숙명으로 흘러 갔지

힘겹게 꽃대궁 밀어 올린 칸나처럼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드나들기 시작했어

비밀 통로를 흘러가던 꽃물마저 말라

비틀어지기 시작했지

꽃의 중심부에는 생의 흔적들이 난자하고

줄기들도 골다공증으로 무릎을 접었어

 

신은 어찌하여 이런 나를 만들었을까

 

 

  201911월호 공정한시인의 사회

 

  

  

 

 

 

 

 

 

 

 

 

 

 

 

 

 

 

2.꽃동네 붓다

 
 
병색 짙은 알밤들 바람이 슬몃 벌려 논 거적 문틈에 바짝 붙어있다 떨어지면 안 된다고 죽어도 살아도 함께 하자고 부둥켜안고 있다
 
 날아 보라고 이승 너머 환한 세상 볼 수 있다고 폭신한 햇살이 손 사레를 치고 있다 언제쯤 뛰어 내릴까 어디로 가는 걸까 가부좌 풀지 못하던 그 속내를 본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남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날만 궂으면 더 중얼거리며 다녔다 병들어 움직일 수조차 없는 밤톨 같은 식구들을 부둥켜 앉고  움막을 지키다가 바람 많이 불던 날, 
 
누가 떠민 듯 누가 잡아 당긴 듯 홀연 뛰어 내렸다
 
풀숲 가장자리에 사리 서너 알,
연화세계 드셨는가
불 다 꺼지고 아침 되자 햇살에 영롱히 빛났다


 2019년 우리시 10월호
 

 

 

 

 

 

* 약력

 

경기도 여주출생

2003년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2006년 경기문화재단창작기금과 2018년 성남문화발전기금 수혜로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나를 깁다, 전자책 봄봄 클럽 출간

2019년 제 2회 안정복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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