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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오명현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 시인 | 입력 : 2020/05/14 [09:39] | 조회수 : 239

 

  © 시인뉴스 포엠



/오명현

 

 

 

물은 영악하다

재 보지도 않고 낮은 곳을 안다

제 갈 길을 귀신같이 안다

낯선 곳이라도 그렇다

흩어지면 불리하다는 것도 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음을 안다

외려 팔팔하게 살 것을 안다

그래서 ‘낮은 곳으로’를 외친다

이래저래 뭉치면 유리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흐르고 떨어지는 일에 이력이 났다.

 

 

 

오명현 시인, 2회 우리작품상 수상시집 「알몸으로 내리는 비」 중에서

 

 

사족)

 

물의 특성을 잘 관찰한 작품, 여기서 물은 물이 아니다. 시인이 의도를 했건 아니건, 이 시는 낮은 곳에 머문 소시민으로 읽힌다. 힘없고 백 없는 소시민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뭉치면 힘이 된다는 것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터득한 방법이다. 흐르고 떨어지는 일에 이력이 났지만, 그래도 영악하다는 것,

 

그래,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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