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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 락 외1편 / 김려원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14 [10:17] | 조회수 : 121

 

  © 시인뉴스 포엠



 

라일,

                                       

 

라일라일 나무는 입술과 입술 사이로 자란다.

당신과 내가 입술을 맞댄다는 보이지 않는 물관을 터뜨리는

마른 뿌리를 일으키는

서로에게 오롯이 들통 나는 , 들통 나는 일이란

서로의 수액을 달달하게 불러내는

미래를 키워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다만 투덕거리다 말라갔을

 

라일라일 나무는 혀끝과 혀끝의 충돌로 꽃을 피운다.

고백하자면 우리가 입술만 맞댔다는 거짓

혀끝의 충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다만

아쉬움으로 아모르의 사막을 모래알같이 흘러 다녔을

붙들 없는 몸통을 아무렇게나 세우고 있었을

 

라일라일라일 나무는 창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로 흔들린다.

‘당신이 그리워’라고 혼잣말할 때의 이와 사이로

가랑비가 내리고

품다 터져버린 소낙비가 라일, 라일,

앙다문 입술 사이로 내리고

검은 새벽이 흰자위에 내려앉을

는개가 내리고  

 

토닥토닥 투덕투덕 창을 때리는 라일과 락의 감정 사이로

라일락나무는 저렇게 자란다.  

라일락이 저렇게 라일,

당신의 혀끝이 이와 입천장 사이로 붙고 떨어지고

당신의 혀끝이 이와 입천장 사이를 훑고 붙들고

 

당신의 입맞춤이 자꾸 흩어지고 있네 라일,

 

 

 

 

 

 

 

 

 

 

포지션

 

 

당신은 가까운 만큼 멀었다

둥근 탁자가 있는 방에서

 

포지션만큼 파시즘만큼

봄만큼 오리엔탈리즘만큼

신문기사만큼

 

보험회사편지봉투 절취선이 울퉁불퉁 뜯겼다

 

쪼그려앉아 담배를 피우는 베란다가 빗소리만큼

고양이울음이 고양이만큼

 

일일드라마에서 콩나물머리를 따는 여자가

멸치똥 빼내는 나를 보며 웃는다

 

보험회사봉투 이름이 울퉁불퉁했다

 

떠나간다는 말보다 접어둔 이야기가

 

당신은 멀었다 둥근 탁자가 있는 방에서

 

 

 

 

 

 

 

 

 

 

 

 

 

 

 

 

 

 

 

김려원

 

   2017년 진주가을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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