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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뒤 외1편 / 양수덕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19 [11:33] | 조회수 : 88

 

  © 시인뉴스 포엠



빛의 뒤

 

 

                                             

 

 

 손이 공들인 봄 여름 가을 겨울

 

 포근한 뜨개질의 겨울 물고 봄의 선물인 헝겊 인형이 태어나고 꽃무늬 물방울무늬의 원피스가 만들어지는 여름 타고 해진 바지 무릎 위에 머물던 아플리케의 가을 이어 또 뜨개질의 겨울이 손바닥을 쳤던 나 어릴 적 지나 베갯잇 이불깃의 꽃 자수며 집안을 꾸미던 수예품들과 어머니의 일상 한복이 지어졌던 평생

 

 세상의 모든 천을 끌어와 무어든 다 수놓고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건만, 삶은 마음대로 수놓고 바느질할 수 없었던 어머니

 

 

 

 

                         

 

 

 

 

 

 

 

 

 

                                 

 

 

 

월동 준비   

 

 

                                                           

 

 

 날씨가 차가워지자 문풍지가 뽀얗게 팽팽하다

 

 겨울 오기 전 어머니는 방문의 묵은 창호지를 뜯어내고 새 창호지에 풀을 먹여 발랐다 문손잡이 주변에 곱게 말린 단풍잎을 붙이고 창호지를 덧바르면 마무리되는 겨울맞이 어린 나는 어머니에게서 풀 먹인 옥양목 냄새를 훔치는 즐거운 좀도둑이었다

 

 햇살이 짧아진 꼬리를 매만지고 있을 때

 꼿꼿하게 팽팽해지는 어머니

 

 방에는 어머니의 붉은 가을이 질펀하게 자리를 잡았고

 문손잡이의 단풍잎은 촛불 켜고 일 년을 물들일 궁리를 한다  

 

 

 

 

 

양수덕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유리 동물원』 『새, 블랙박스』 『엄마』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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