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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지고 새는 울고 외1편 / 박상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19 [21:35] | 조회수 : 88

 

  © 시인뉴스 포엠



ㅡ 꽃은 지고 새는 울고 ㅡ

 

박상조

 

 
 

 

시청역 앞 3번 출구

 

나는 바닥에 바짝 엎드린 저 꽃의 무늬 앞에서

 

발의 순서를 잃어버린 채 서 있었네

 

 

 

최대한 낮은 자세로

 

여린 흉곽의 무게 중심을 살짝 비켜놓고선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눈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

 

 

 

어쩌면 저 멀리 예배당 첨탑 끝으로도

 

이름 하나 올리지 못한 우리가

 

도대체 울 수 있는 일이란

 

겨우 몇 방울의 눈물과 수백 번의 얄팍한 위선으로

 

기도하는 일밖에

 

 

 

그대는 그대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사는지

 

얼마나 많은 고독과 궁핍을 안기고 사는지

 

 

 

내 안의 조그만한 이름들과

 

내 안의 보잘 것 없는 식견들이

 

또 얼마나 많은 꽃잎들을 바닥으로 내몰았는지

 

 

 

꽃은 지고, 새는 울고

 

불라디보스토크행 열차는 가자고

 

나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을 가방을 다잡으며

 

저 무정한 새들을 뿌리치고 가네.

 

 

 

 
 

 

 

 

ㅡ 지문 ㅡ

 

박상조

 

 
 

 

밀린 육성회비 문제로

 

가정통신문에

 

도장을 받아오란다

 

 

 

산비탈 같은 그녀의 손길이

 

찔레꽃을 꾸욱 누르자

 

묽은 것들이 눈 밑에서 툭 터진다

 

 

 

일생을 긇어먹었던

 

사금파리들은 늙은 몸속에서

 

차가운 돌이 되었고

 

 

 

지지리도 못난 우리에겐

 

가난한 죗값으로 

 

당산나무에도

 

커다란 벼락이 내리쳤다

 

 

 

여기,

 

노인병원 수술대기실

 

아직도 죗값을 다 치르지 못한

 

한 사내도

 

 

 

우두커니

 

 

 

또 한 번의

 

무거운 통신문을 들고서

 

한참을 그렇게

 

길을 놓은 채 웁니다.

 

 
 
 
 

 

 

 

*  65년 대구 출생

 

문학의봄작가회 등단

 

현재 대전에서 활동 벼리동인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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