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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무덤을 가다 외1편 / 이영춘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22 [12:28] | 조회수 : 96

 

▲     ©시인뉴스 포엠

 

 

노자의 무덤을 가다 1

        이영춘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한 줌 바람으로 날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지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상은 빈 그릇이었다

 

  사람이 숨 쉬다 돌아간 발자국의 크기
  바람이 숨 쉬다 돌아간 허공의 크기

    

  뻥 뚫린 그릇이다, 의 그릇,

 

  살아 있는 동안 깃발처럼 빛나려고
  저토록 펄럭이는 몸부림들.

 

  그 누구의 그림자일까?
  누구의 푸른 등걸일까?

 

  온 지상은 문을 닫고
  온 지상은 숨을 멈추고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그릇, 

  빈 그릇 하나 둥둥 떠 있다

 

 

 

 

 

 

 

 

어느 날 강가에서

 

            이 영 춘

 

 

 

저 강물에도 욕심이란 게 있을까
무엇이든 버리고서야 가벼워지는 몸,
가벼워져 흐를 수 있는 몸,

나는 하늘처럼 호수를 다 마시고도 늘 배가 고프다
셀로판지처럼 반짝이는 물결무늬 끝자락에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강가를 서성거린다

어쩌면 저 물결무늬는 이 세상을 버리고 떠난 이의 눈물이거나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어느 별의 반쪽이거나
오랜 침묵이 눈 뜨고 일어서는 발자국 소리 같은 것,

나는 오늘도 싯다르타처럼 강가에 앉아
돌아올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물결무늬 결 따라 강 하류에 이르면
누대에 세우지 못한 집 한 채 세우듯
조약돌 울음소리 가득 차 흐르는 강변에서
나는 싯다르타처럼 혼자 가는 법을 배운다


바라문을 뛰쳐나온 그의 황량한 발자국에 꾹꾹 찍힌
화인 같은,
세상 그림자를 지우며 가는 법을 배운다

 

 

 

 

 

**이영춘 프로필

*1976년『월간문학』등단 *경희대국문과 및 동교육대학원졸업 *시집: 「시시포스의 돌」『슬픈 도시락」「시간의 옆구리」「봉평 장날」「노자의 무덤을 가다」「신들의 발자국을 따라」「따뜻한 편지」 시선집 「들풀」「오줌발,별꽃무늬」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외 다수.  *수상: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대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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