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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서서 죽는다 / 박재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28 [10:25] | 조회수 : 228

  © 시인뉴스 포엠



 

 나무는 서서 죽는다

 

 

숲속에 들어가서

서서 죽은 이를 보았다

 

위 몸통은 무너져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지만

아래 몸통으로 남은 고목을  

 

그는 썩어가면서

죽음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소멸이 정지된 무표정한

묘비명과는 달랐다

 

사슴벌레와 개미들이

속살을 갉아먹고 있었고,

몸통에 빨대 꽂은 잔나비 버섯은

죽음을 빨아먹으며

삶의 자리를 넓히고 있었다

 

아마 서서 죽은 이의 정신도

정결한 직선이었을 거야

그러기에 썩은 시신임에도

생명의 둥지로 거듭나고 있는 걸 거야

 

저기 저, 깊은 숲속에

한줄기 벼락처럼 꽂혀 있는 이는

 

 

 - 시작메모

 

지난겨울, 보은 속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세조길 따라서 세심정 가는 숲에서 죽은 고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죽은 채로 아직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고목의 자태는 마음을 숙연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고목의 주변을 살펴보니 등판에는 잔나비 버섯이 자라고 있었고, 개미들이 고목의 몸통을 들락거리면서 먹이를 나르고 있더군요. 죽은 나무 임에도 또다른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죽어서도 죽지 않은 정신을 생각하게 되었고, 시로 승화시켜 보게 되었습니다.  

 

 

 

 

 

- 박재옥 약력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2006<문학공간>에 소설로, 2014<문학광장>에 시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관음죽 사진첩(시산맥 간)』을 발간하였으며 ,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이다. 2<단국대학교 교단문학상> <한국문학 대학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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