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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를 태우다 외1편 / 려원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5/29 [11:22] | 조회수 : 103

 

  © 시인뉴스 포엠



 

 

메타포를 태우다

 

려원

 

 

 

오늘도 태우는 중이다

오피오코디셉스opiocordyceps 곰팡이는 열대우림에 사는 개미의 호흡기관을 타고 들어가 몸을 조정한다고 한다 습성을 녹일수록 곰팡이의 모습은 점점 뚜렷해진다 좀비가 된 개미는 고요해진 삶을 잎맥에 동여매고 죽음의 의식을 치른다

 

살았지만 의식을 지배당한 육체는 소유의 이중성

곰팡이는 개미의 머리를 뚫고 자란다

포자를 털어내기 위해서

가장 좋은 자세를 취하는 곰팡이

 

나는 육체 소유를 거부한다

 

본의 아니게 내 의지가 아니었던 체위와 낡은 어투를

강물에 쏟아붓는다

 

소멸은 가장 바람직한 처세술일까

내가 물고 있는 나뭇잎을, 입김으로 달래기 위해

도넛 구름이라도 띄워 볼까

 

혀의 놀림이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목구멍을 지우고 몸뚱이를 태워버릴수록 소멸의 흔적은

허공을 물고 사라지는

회오리바람 같은 자세로 사라진다

 

 

 

 

 

 

 

 

 

 

공작새는 날개로 운다

 

려 원

 

 

 

 

수많은 눈을 가진 공작새

공작은 수많은 눈을 열어 날개를 편다

 

공작새가 잠자는 동안에도 세상은 갈라지고, 달라지고

달라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눈높이

따라잡지 못하는 몸과 맘

몸뚱이에는

철 이른 봄을 맞아 새싹 파르르  

꽃잎 떨릴 것만 같다

 

엄청나게 우렁찬 목울대로 목청껏 뽑아내는 공작새의

날카로운 목소리의 무게

무거운 침묵을 가라앉힐 듯이

침묵이란

그것의 기억이거나

깃털의 기억이거나

억지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비명과 환희의 노랫소리 사이

그 사이로 

신화가 흐른다

 

찬란한 날개로 울고 있는 공작새

천 개의 눈물이

아르고스 백 개의 눈알이 한꺼번에 한 쌍의 날개로

떨고 있다

 

 

 

 

 

 

 

 

 

 

려원프로필사진

 

2015<시와표현> 등단

2016년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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