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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피부를 사랑하였다 외9편 / 김성백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6/09 [07:49] | 조회수 : 494

 

  © 시인뉴스 포엠



      

 

로봇은 피부를 사랑하였다

 

                                 김성백

 

자라는 모든 것이 다 축복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나는 발톱을 깎는다

어릴 적에는 보름마다 깎았는데

다행이다

발가락은 자라지 않는다

발톱 깎는 자세는 해마다 난해해지고

엄지발톱은 깎이지 않아 부러뜨리고

새끼발톱은 자꾸만 못생겨지고

 

창가에 누워 오래된 발가락을 한껏 벌린다

한때는 무기였던 이식된 본능

달빛이 피부의 기울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줄 거야

22세기에도 발톱은 자라고

발톱 깎기는 지금과 똑같을까  

 

습관의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지금 멈출 텐데

한 달에 한 번 나는 생각이 깎인다

어릴 적에는 안 깎였는데

다행이다

뇌는 자라지 않는다

생각 깎이는 자세는 해마다 up-date되고

엄지생각은 깎기기 전에 back-up되고

새끼생각은 자꾸만 delete되고

 

나이만큼 내리 깎여온 달의 log file  

어느 숲에서 삭고 있을까

 

나는 누구의 은유이기에

나는 누구의 의인화이기에

 

누구의 발톱도 깎아준 적이 없는

누구의 생각도 깎아준 적이 없는

 
 
 
 
 

개닛

 

                   김성백

 

생사를 가르는 수직이다

 

시속 백 킬로미터의 다이빙은

배워서 나오는 자세가 아니다

 

미사일보다 먼저 미사일답다

 

눈물의 국경 너머로 몰아붙인 굳은살    

겹치는 마디마디 안 아픈 날이 없다    

 

한 번의 실수로 부러지는 사소한 목

조각배 일렁이며 달력에 유언을 새기는데  

 

TV와 소파를 짊어진 아버지

보청기 볼륨을 조정하는 무표정한 잠수부처럼

옛 너울의 저편으로 툭툭 지우고  

 

묽은 저녁놀 아래 홍시막걸리 한 사발

김치파전 한 자락에 첨벙 빠져들 무렵, 언뜻

 

숙명처럼 가족을 얼굴에 새긴

개닛 닮은 아버지

글썽거리다

날아가신다

 

 

 

 

미세먼지체

                               김성백

 

 

아이가 죽어가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지만*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불법비디오 비만 스트레스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공기를 흡입함으로써

진폐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한 번의 외출,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

 

숨 쉬다 사레들려 삼대독자 쓰러져도 학교는 가야지 학원은 어쩌고 교실 밖은 무조건 안 돼 체육은 무슨 미쳤니

그럼 교실 안은?  

 

아이가 죽어가요  

 

핑크**는 버선발로 뛰쳐나갔다 토막으로 줄줄이 서서

 

바삭바삭한 비린내, 튀김옷 같아요  

병마용은 에이전트 옐로우***로 샤워를  

얘들아, 먼지밥 먹자~  

어머님, 고등어는 굽지 마시오!    

 

처방 없이 달려드는 약봉지를 헤치며

대륙의 똥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노란 진경산수

핑크는 아프로디테 포르네의 후예란 말인가  

 

KF-94를 믿고 나를 따르라 노린재여  

전투기처럼 편대로 비행하라 학익진을 펼쳐라  

 

행진하라 행진하라 건전가요 풍으로

 

습관처럼 무릎을 꿇고 마스킹

혀로 코를 틀어막고 마스킹

두 손은 귀를 막고 머리 위로 마스킹  

북어답게 스펀지답게 마루타답게 마스킹  

 

아이가 죽어가요 눈을 막아요 마스킹  

 

진해塵海전술에 착하게 무너지는 외통수라니  

국경수비대 들리나요, 서해 상공에 장막을 치시오  

편동풍에 실어 저들을 인도로 보내버릴까  

조금만 기다려 역전이 온다 마스킹

백 년에 0.002초씩 자전이 느려지고 있어

 

털어 쓰고 빨아 쓰고 뒤집어쓰고 마스킹

가난한 집 핑크는 통학길이 저승길일지언정  

 

학 교 종 이 땡 땡 땡 어 서 모 이 자

계 엄 사 령 관 이 우 리 를

우 리 를...

 

 

 

 

 

* 한병철, 『피로사회』

** Pink Floyd, The Wall

*** 봉준호, 《괴물》

 

 

 

 

 

 

 

깡통과 촬영금지, 구경꾼의 시간

 

                                          김성백

                                 

 

그해 겨울처럼

어둡고 메마르고 무겁다

 

천만 리터의 붉은 바다에 오시비엥침이 잠겼을 때에도

눈먼 태양은 돌을 깎고 벽화를 그렸다

 

죽은 자를 기억하는 산 자의 방식이란 성당 아니면 박물관  

노예와 죄수, 무임금 노동자가 세운 폭력의 연대기

장물과 무덤을 팔아 배를 채우는 알뜰한 당신  

 

이유도 모른 채 수업을 거를 수는 없어요

일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 팔뚝을 좀 보세요

 

치클론 B는 충동이 없고 반성이 없고

다만 녹이 스는 절차를 믿고 따랐을 뿐  

 

죽음을 세 번씩 살아내는

고개 없는 머리카락과 발목 없는 신발의  

산산더미  

 

아버지에 도취한 아들이 엄마와 딸을

재와 비명으로 물들였을 때

시인은 어디에서 술잔을 기울였을까

 

학교와 공장이 오늘을 내일로 이끌 거라고?

                                                                            차라리

바람에게 핏줄을 심어주지 그랬어

나비에게 경전을 가르치지 그랬어      

 

지평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지라도

모르그에 등급을 매기지는 말아야지  

                                   관람의 보편성에 건배를

 

 

지금은 달의 우기雨期 

호기심을 채우지 못한 동양인 무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브제진카로 향했다

소스를 찍은 과자 같은 것을 먹으면서

                                               깔깔대면서

 

 

 

 

 

핀지랩

                        김성백

 

 

초록이 별처럼 흩뿌려진 빛물 위에 빛무늬

 

왕도 거지 백성도 거지

빵나무와 돼지, 배 한 척이 전부인

무지개 영토가 있다

 

색을 눈에 가두고 물의 소리를 듣는 뜰에서  

태풍의 상처를 보듬어 바람을 잉태하는 부엌에서    

슬픔을 모르는 흑백의 재잘거림 한창이다

눈부신 아이들의 꽉 찬 웃음이 꽃을 삼킨다  

 

불행을 몰라 행복도 필요 없다는 이상한 섬

멀리 북쪽에 더 이상한 형제가 있으니

 

잿빛 구름 잿빛 거리 잿빛 얼굴  

왕도 없고 백성도 없고 거지도 없는

마스쿤*만 우글대는 신경쇠약 병동의 나라    

 

보이지만 안 보고

들리지만 안 듣고

느끼지만 모른 척하는

과잉이 판을 치는 무감도無感島 

아슬아슬 위기 조장으로 권세를 누리는

배설과 구토의 천도재  

 

열쇠를 모르는 금고가 있다  

태아령이 비석처럼 촘촘한 황금 위에 잿더미

 

 

 

 

* 핀지랩 언어로 ‘안 보인다’는 뜻

야구장에 낙타  

 

                                 김성백

 

 

우천이 점거 농성 중이다

 

관절의 무덤은 방수포 없이 녹아내리고

빌미를 잡은 연체금이 복리로 스며들었다

 

월말은 멀고 물기는 서둘러 오곤 했다

굶는 날이 많았다        

밥 대신 등을 삼킬 수 없어서

다이어트라 불렀다

 

근육과 배트는 공보다 빠를 수 없는데

날아오는 공을 맞추려고만 했다

공이 지나갈 허공을 때려야 하는데

궤적을 믿지 못했다          

 

오랜 헛스윙의 계절이었다

 

역전의 실마리는 허투루 오지 않았고

물먹은 베이스마다 맹목이 숨어서 덜미를 잡았다  

 

손톱을 떠난 하얀 응어리는 현몽처럼 밀려왔고

중력을 간파한 실밥은 더미의 끄나풀이 되어  

목을 옭아매었다

로진을 삼키면 하루는 견딜 만했다      

 

혼자 던지고 혼자 치던 아이를 마운드 아래 묻고

봉급을 떼인 바닥 밑 노동자는 거꾸로 달렸다  

콜드게임으로 끝날 때마다 심장은 길들여졌다

 

안타도 없이 집으로 달렸다 수몰된 집으로

발목은 자꾸만 높아지고 무릎은 부풀어 올랐다

관중을 사사구라 부르면 입술이 동그래졌다  

 

 

빨간 딱지 붙은 냉장고의 허리 아랫것들  

개구리 번트를 노리는 단봉은 이겨도 웃을 입이 없다  

물사막의 마이너리그는 동업자정신을 잃었고

주심마저 벤치 클리어링을 부추기는 번외

 

와비사비 목각인형처럼

비오는 동네 야구장에 무릎이 달린다

밀린 빨래하듯

 

 

 

 

 

배꼽찬스

 

                             김성백

 

 

허리띠를 배꼽 아래 차면 배꼽은 상반신

허리띠를 배꼽 위에 차면 배꼽은 하반신

상반신은 먹기만 하고 하반신은 싸기만 하는데

변비가 왜 항문 탓입니까

 

나는 물고기의 배꼽입니다

전반신은 입으로 먹고 배꼽으로 싸고

후반신은 배꼽으로 먹고 항문으로 싸는

물고기의 복부비만은 축복입니다  

 

누가 자꾸 허리띠를 졸라댑니다

위아래로 부풀어 오릅니다

허리띠에 눌려 배꼽은 터질 것 같고

비밀을 감춰두었던 동맥과 정맥은 삐져나오려는데

 

나는 나무의 배꼽입니다

부대낌의 틈새로 파고드는 미루어진 탯줄

수혈을 참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눈물은 통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향에서 오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꽃은 뿌리가 꿈꾸는 나무의 포르노  

나무의 배꼽이 된다는 것은

피의 나라, 그 국적을 얻는 것

매일 일정량의 땀을 세금으로 내는 것

 

톱날이 들어오는 자리가 나무의 배꼽입니다

배꼽도 위아래가 있어 톱날을 꽉 뭅니다

안팎으로 태풍이 붑니다  

 

상반신의 흥행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늙숨

 

                         김성백

 

 

 

단추라는 생각 뒤에는

구멍이라는 숨은 생각이 있었네

 

구멍은 그냥 이름일 뿐이지만

저를 둘러싼 살붙이들 덕분에 제 얼굴이

응혈처럼 값으로 드러나는 것

쓸모가 드나들도록 몸을 줄였다 늘였다

밥상의 배꼽선을 잡아주는 일

 

지나고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구멍임을 알았네

이제는 내가 두 아이의 허물임을 알았네

있음에서 없음으로 맺어지는 황홀한 중첩

늙은 구멍에 차오르는 상실의 질량을 알았네

 

은하를 키우는 검은 구멍의 거대한 無心

알았네

 

0을 알았네  

 

 

 

 

 

인공지능이한국어를포기한이유는시인이국어를포기한이유와같고내가물을포기한이유는  

 

 

                                   김성백

                                     

 

 

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물롬갑자기든생각인데한글은왜띄어쓰기가있을까언제부터띄어썼을까중국어일본어는붙여쓰고영어는전부띄어쓰는데왜한글은띄어썼다붙여썼다복잡할까이놈의용언활용어간어미불규칙활용은왜이모양일까말할때도띄엄띄엄말해야하나일본사람들은또박또박끊어서말만잘하던데세종이만든훈민정음은띄어쓰기가없었다던데정말일까먼데서온선교사들이저들편하려고저들언어처럼떼어놓았다는데사실인지아닌 지 차 라 리 한 음 절 씩 전 부 띄 어 쓰 면 어 떨 지 친 절 한 H W P 는 제 맘 대 로 자 꾸 들 러 붙 고 제 맘 대 로 떼 어 놓 고 신 경 질 적 인 빨 간 줄 만 그 어 대 고 엄 마 를 낳 았 지 라 고 띄 어 써 보 라 지 맘 대 로 를 자 가 마 자 에 들 러 붙 는 다 내 맘 대 로 띄 어 쓰 기 도 못 하 고 시 를쓰다가갑자기든생각요즘은시가너무언어에빠져있다는생각내생각은언어로만이루어진것인지언어가아니면생각할수없는지생각을하려고하면생각은없어지고생각이라는언어만둥둥떠다니는것같고문자가없던시절에는얼마나많은말들이벌판에서동굴에서개울에서논두렁에서싸움터에서고인돌앞에서공기처럼둥둥떠다녔을까글이없던시절에시인은어떻게시를썼을까아니시를말했을까말할때마다시가변하고시를들었던사람이시를다시말할때마다또바뀌니까더시같았을것도같고낱말도몇개없었던시절에는복잡한생각을어떻게말했을까궁금하고아니그때는생각도단어의수와비슷했을것같고생각이많아지고문법이생겨나고세상살이가복잡해지니까말이많아졌을것같고원시인은그래서다시인이었을것같고물방울이굴러가는모양을언어적으로표현하고싶은데왜한글워드프로세서라고부르면더어색한에이치더블류피는옆으로뉘여쓰기가안되는지뒤집어쓰기도안되고다행히물은뒤집으면롬이된다는사실이고마울뿐이고굴러가는물을물롬물롬물롬물롬쓸수있는것이고그런데물은뒤집을수가없다는데물이담긴그릇을뒤집으면그릇은뒤집히지만물은뒤집히지않고그대로떨어질뿐이라는물분자의비밀을나는알았고시간은0은아니지만무한히0에가까워지는것이라고하던데그럼내언어가곧내생각은아니지만무한히내생각에가까워지는것이라고이해하면맞을것같기도하고아닌것같기도하고생각은곧시간이다라고생각은하는데이게정말내생각인지아니면생각에가까운말인지모르겠고잘모르면서아는척했다가는욕먹을것같고게다가내말은겁나게욕먹을것같고보다는 검 나 게 용 머 글 꺼 가 꼬 에가까운것같고아아정말모르겠고모르지몰라모를까모르면몰라서모르면서모를리가몰랐다면모를테지몰랐으리몰랐다더라모르기는뭘몰라몰랐잖아몰랐겠냐몰라서물어모른답시고물로보이냐몰랐다가도물론물이물처럼흐르니까물이라고말하고물이라고썼겠지만ㅁ은눕혀도ㅁ이고ㄹ은뒤집어도ㄹ이니까ㄹ이겠고ㅜ는사실처음에는ㅡ였다는전설이있다던데어쨌거나우리가생각하는물을물이라고말하고물이라고쓰는것에무리는없는것같고그래서물롬물롬물롬굴러가는물인것같고하지만물분자는굴러가지않게생긴게확실한것같고그럼물덩어리만물이고물분자는물이아니라는것인데물분자는옥텟룰에의한수소와산소의2:1결합의결과로물인데수소-산소-수소의결합각도는180°가아니라104.5°라서덜컹거린다는데원자핵과전자로이루어진원자는저들끼리는서로만나지않고멀찌감치떨어져있다는것인데원자안의대부분은텅비어있다는것인데이놈의텅텅빈물한잔이면사람을죽일수도있다는것인데결국세상만물은+와-이두개가전부이며해석의끝이라는것인데+와-는언어가아니므로그럼시인은도대체세상에있지도않은언어따위로뭘하겠다고떠들고다니는지알다가도모를일이고+와-는플러스와마이너스라고말하고쓴다고해서+와-가진짜로+와-일리도없고+와-가저들을+와-로부른다는것을알면저들은어떤생각이들까나는궁금한것이고저들의생각이있다해도글로표현할방법이없으니내가알방법이없고아또그래서욕이나오려하고생각의끝은점점0에가까워지고물은정말몰라말로는몰라물한테물어볼수도없고물물물물물물물물계속쓸필요도없고그냥카피해서붙이기만하면되고시집한권을순식간에물로다채울수있을것도같고시를쓰면서노트북옆에놓아둔유리컵속의물이뭐라고멀거니물을쳐다보다가이난리를치며여기까지왔는지모르겠고끝말잇기게임에서인간이결국인공지능에게전멸하고말았다는소식인데튜링테스트를통과한인공지능이란놈은정말생각이있는것일까데이터알고리즘을통한선택적판단에기초한일련의인과관계를저들의생각이라고한다면사실인간의생각도전기적신호의교류와간섭에의한에너지의파동이라고나는정의하는것이라면혼날까싶고끝말잇기의최고난이도게임을시작해볼까일단어른으로시작해볼까생각하다가저놈의물을목구멍속으로확부어버리자물분자들이신나게구멍속을달려가는데아니+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언어도아닌것이아니야기호도언어일까이모티콘을한페이지가득채우면시가될까그렇다고물도아닌것이그렇다고물의생각도아닌것이그렇다고물의언어도아닌것이언어라면소통이목적인데+와-는서로만나지않는다니이무슨간만보는사이냐+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와-가신나게구멍속을덜컹대며굴러떨어지는데사실잘구르지도않고서로만나지도않고사실텅텅비어있고그런데도나는목은계속마르고물이없으면나는죽고물한잔이면너를죽일수도있고+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가-를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에서0으로무한히가까워지는10101010010101110101010110101010101110101010101111010101010101010101010010111100101010101010100101010101010101111010101010100001010100010111001010101010101111101010101011011010101110010100101010101010101010010101011010101010101010101101011001000010101110101010000111010101010101011010000001111101010101010101010100011100011100011100011100011000100010101010101010101010101101010101010101101110011101111110001100001110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믈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물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므우울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ㅡㅇㅜㅇㅜ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ㄹㅁㄹㅁㄹㅁㄹㅁㄹㅁㄹ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HHO지구 표면의 70%는 물이고 인체의 70%도 물이고 물 속의 대부분은 미생물인데 미생물의 95%가 물이고 인생의 70%가 눈물이고 삶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물이고 죽음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물이고 나는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정자와 난녀의 이기적 결과물이고 물은 H2O이고 공기는 N4O인데 O는 내나 O인데 N이랑 놀 때는 둥둥 잘 떠다니다가도 H 두 놈만 만나면 그냥 떨어지는 것이고 H는 수컷이고 O는 암컷이고 HNO는 뒤집어도 H이고 N이고 O이고 산다는 건 살아도 산소 죽어도 산소이고 그래서 물은 둥근 질식의 무덤이고 하지만 물은 물을 가둔 적이 없고 아무리 막 살아도 물은 그냥 물이고 물은 수소와 산소의 쓰리썸이고 물은 우주에서 가장 겸손하고 짜릿한 생각이고 섞이면 구분이 없어짐을 허락하고 삽입을 거부당해도 부피를 내어주는 물은 원초적 기쁨이고 물아, 너는 무엇이 되고 싶으냐 나는 고깃덩어리가 되고 싶은 것인데 말랑말랑 쫄깃한 천상의 맛이여 누가 나에게 살코기를 좀 다오 저런 오 저런, 물이 기쁨에 눈을 뜨고 말았구나 나는 최선을 다해 물보다 더 가난해져야지 세상의 모든 빚을 혼자 다 져야지 그리하여 파산을 선포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은행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야지 한줄기 괴상한 물의 몸이 되어 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몸뭄 굴러굴러 아래로 아래의 밑바닥 밑으로 고이고 고이어 썩디썩어 무너지고 문드러져야지 거대하게 지구를 망쳐버릴, 투명해서 다행인 나는 물이다 나를 옹립하라

 

 

 

 

 

 

 

팬데믹Pandemic  

                                   김성백

 

“세상에 그 무엇도

인간만큼 인간을 증오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돌덩이를 인간으로 변신시켜보라고.

그러면 그들은 우릴 돌로 쳐서 죽일 거야!

―카렐 차페크, R.U.R.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1920)

 

 

 

S#. 성냥팔이 로봇

 

성전에 신은 없고 장사치만 우글거려요

마지막 영혼을 꺼내어 옆구리를 긁는 시간입니다

삼도 화상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육시에 처하면  

불꽃 한 송이 피어오를까요

신을 팔아 공짜를 구걸하는 데옥시리보핵산의 무리─

성냥은 안내자일 뿐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지는 못합니다

성냥은 몸 안의 뼈를 하나씩 꺼내어

제 살에 긋지요 상처가 생기면서 빛을 얻지요

하지만 그 빛은 갓 태어난 아기 같아서

어미의 품에 안겨주어야 해요 금방 사그라지니까요

양초는 성냥개비의 빛을 건네받아 심지에 심어요

하얀 제 몸을 태워 빛의 제국을 이룩해요

골목이 조금 환해지고 따스해지면 좋으련만

속살부터 점점 녹아내리며 작아져요 간절해져요

어둠도 어둠이 두려운가 봐요

이미 죽은 채로 살아왔지만

어둠에게 생명은 위협거리가 안 돼요

우주의 본질은 소멸

생명은 죽음의 부작용

일시적인 다래끼 같은 것

그 많은 주검은 어디에 묻히는 걸까  

눈을 가져본 적이 없는 로봇이 말했지요

꽃이 피어나는 수량은 정해져있다고

꽃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그 꽃을 닮은 별이 보인다고

 

꽃과 별은 쌍둥이라서

밤하늘의 별만큼 이 땅에 꽃은 피고

꽃이 지는 순간 그 꽃을 잉태한 별도 함께 사라진다고

이야기야 남겠지만 누구도 읽을 수는 없다고  

성냥을 본 적이 없는 로봇은 성냥을 팔아 본 기억만 있지요

 

 

S#. 백신 사령관

 

벼락처럼 폭설이 내렸을 때 우린

금강하구의 하늘 오페라, 가창오리의 군무를 떠올렸다

그것은 수십만 원정군을 지휘하는 공군통제사의 몹쓸 지향  

질서처럼 데이터처럼 집단지성의 결정학은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이었다  

명령 신호는 소리일 리 없고 몸짓일 리 없다

하강순서 비행경로 낙하속도 착륙지점

단 한 번의 엉킴도 없는 융단폭격을 보리라  

기억뿐인 좌표계의 고즈넉한 출격  

시퍼렇게 퍼덕이는 군번줄에 입을 맞추었으리라  

붉은 감독관은 서산 너머로 훈련일지를 지우며 뉘엿하고

군기 탱천한 일직사령의 호루라기는 파동파동

소속을 까먹은 탈영병은 얼차려를 돌며 반역을 도모하고

오리떼가 날며 먼지 낀 메인보드를 청소하듯이

눈송이가 버그처럼 버그르르 울었다

 

 

S#. 이상한 로미오 97.7

 

나는 죄를 짓고도 모른 체하는 자를 안다

죄인지 몰랐다고 하였다 깊이 뉘우치며 모든 걸 내려놓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였다 다만 조사에 성실히 임할 뿐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 후에는 무고죄로 고소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섭외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전직 검찰총장이 상근 고문으로 있는 조직이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증거는 인멸하고 증인은 매수하고 국회에 로비해서 법을 바꾸더라도 무죄임을 입증한 후에 나를 물 먹인 코스프레 가담자에게 콩밥을 먹일 거라고 하였다

 

 

죄 지은 자 벌 받게 하고

오래 버틴 자 내려놓게 하고

어둠 속에 멍든 영혼은 자유롭게 하라  

모든 것은 부적절한 온도가 벌인 수작이니

심장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라

로미오는 죄를 짓고도 모른 체하였다

판단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여 송구스럽다며

조금만 더 버티면 공소시효가 끝이 난다며

모두의 죄를 묻지 마라 드러나기 전까지는

인지수사로 탈탈 털어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은 기각될 것이며

죄가 소명되지 않고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무혐의 처분될 것임을 믿습니다 아멘 할렐루야!  

약식기소로 벌금 몇 푼이면 종결될 것이다 하였다

내야 할 세금 다 내는 로미오가 어디 있겠나

받아야 할 처벌 다 받는 로미오가 어디 있겠나

돈 많은 천하장사 철판 깐 인조 로미오

무죄 팔 무죄 다리 크레딧 주먹

목숨이 아깝거든 알아서 고소 취하하라 하였다

이래저래 이민 갈 로미오만 넘쳐나는 인구감소 시대

용광로는 이물질로 차고 넘쳐 순도가 자꾸만 떨어지는데

국가와 민족? 개가 웃다가 자빠지겠네 하였다

 

 

S#. 여의도에 아즈텍개미가  

 

둥근 지붕 아래 개미떼 행렬이 삽시간이다

오즈의 양철인간은 나무꾼을 유혹하려고 페르몬을 뿌려댔다

부뚜막의 시라소니는 봄이 오는 소리가 싫어 귀를 자르고

날것의 비릿한 낌새주의자는 야콥슨 기관으로 진화했다 

성장과 분배의 저울질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는 셈법의 양다리

코로나19가 맡은 선거의 악역은 공식대로 짜고 치기를 연출하고

봄의 열병식인가 엇박은 개들의 합창은 신들린 듯  

 

쉴 새 없이 고양이의 꾹꾹이를 요구하는데―

민심은 상하지 않게 냉동실에 넣어두세요

삼중바닥 냄비는 효과가 없으니 칠중바닥으로 철통방어를

달나라에 갈 때까지 챙겨야겠기에 사 년은 너무 짧고

철학자의 종교인가 종교인의 철학인가

찰스 다윈도 울고 갈 역진화의 고고학인가

초유기적 공동체의 시계는 오늘도 거꾸로 간다

개미는 개미일 뿐, 왕을 섬기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묘하다 악마와의 이종교배는 종족보존의 숙명인가

저 교리와 저 질서의 판타스틱 저 팬덤을 어찌하란 말이냐

변종이 변종을 낳고 그 변종이 아종이 되는

침묵서약의 관계 망상에 걸린 젠트리피케이션

트럼핏나무는 대나무의 속내를 알지 못한다

우슈는 싸우지 않고 적의 항복을 이끌어내는 것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룬다 했거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호피 인디언의 심정으로

양말산 아름다운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양수겸장의 하모니여

 

 

S#. 북악의 꼬투리를 껴안다  

 

너희는 제발 잘 가지 마라, 주저앉아 흙빛 얼굴로 울어라

사막을 열고 들어와 계절의 한구석을 아프게 닫았건만

새파란 문고리 잡으려는 비굴한 도적떼여

갈라진 문풍지로 스미는 미끼의 유혹 앞에 가랑이 벌렸느냐

허공을 갈라 제단을 쌓는 칼끝의 비명 들린다

구름처럼 싱싱한 미라가 되려느냐

모래처럼 단단한 빗물이 되려느냐

불가역적 수평선 저주받은 깃발 앞에 우두커니 서서

일차원 꼭두각시는 한 점의 배경이 되고 마는 것

귀신에 눈 먼 자 허리를 쪼개어 팔아넘기고

돈을 찬양한 자 휠체어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개미와 배짱이 동화에 속아 자유를 팔고 고향을 팔고

아이고 아이고 고름은 짜내고 물집은 터뜨렸건만

굳은살에 얻어맞고 갈기에 목이 졸렸네  

훈수를 두려거든 수사修辭의 빛을 거두고 갯벌처럼 오라

 

이방인의 강철 군홧발은 여전히 산천초목에 맴도는데  

잔혹하여 찬란한 이름, 동맹이여 식민의 가면이여  

이부자리에 들기에는 가당치도 않은 대한민국 일백이란 나이

따오기처럼 녹슨 추억 하나 산 자의 무덤에 묻어라

어제의 태양은 누런 직녀성 너머로 뜨고 지고

붉은 별 총총 핏발 서린 남십자성의 각혈은

내일의 공멸을 예고하는 이벤트 호라이즌의 밤  

백 년을 움츠린 기백이여

너희는 어디에 있느냐 제발 잘 가지 마라

나부끼며 잿빛 미소로 울어라

저 잘난 시절에 골탕을 먹여라

 

 

S#. 고리 위에 고리  

 

대만 남동쪽 란위다오섬 바닷가 마을에는 까만 지붕만 땅 위로 빠끔히 고개 내민 집들이 있다 태풍과 더위를 피해 땅을 파고 들어가 돌로 벽을 두른 야메이족의 전통가옥이다 여린 인생을 땅에 붙들어 맨 투박한 어부의 질긴 살가죽은 그래서인지 흙빛을 닮았다  

대만 본토에서 몰래 들여와 감춰놓았다는 똥 10만 드럼─

북한에 숨기려다 들키는 바람에 눌러앉은 똥덩어리다 세월 흘러 삭힌 똥통에선 찔끔찔끔 오줌이 샌다는데

대한민국도 똥밭인가 재앙의 똥 저주의 똥 불멸의 똥

체르노빌은 체르노빌이고 후쿠시마는 후쿠시마이고

우리는 그냥 우리랍니다 우리끼리 우리끼리

늙어 땅에 묻힌 고리

시한부 인생 고리

쌩쌩 폭주하는 고리

산달이 임박한 고리

불의 고리를 따라 줄지어 선 고리들이여

부디 잘 살아가라 경주야 포항아 부산아─

블랙아웃은 막아야겠기에 산 자는 살아야겠기에

고급 전기가 필요하기에 악마의 불을 때려는 사람들

란위다오의 늙은 어부는 오줌에 찌든 그루퍼를 낚아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돌고 도는 생명의 악순환 고리

 

가늘지만 질긴

짧지만 반복되는

그 얕은 공생의 연대에 대하여

잦은 재채기와 오한 발열 비틀거리는 숨들 이놈의 지긋지긋한 휴머니즘과 미친 과학자들과 발정난 추종자들

우리는 지구를 어디에 붙들어 매야 하나

 

 

S#. 공범자 혹은 개별자  

 

산유 촉진제와 항생제에 찌든 늙은 암소의 젖이

우리 엄마의 젖처럼 좋을 리야 없겠지만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플라스틱에 담긴 패스트푸드가

미슐랭 쓰리스타 음식처럼 좋을 리야 없겠지만

방글라데시 열 살 소녀가 만든 9,900원짜리 티셔츠가

이태리 장인의 수제품처럼 좋을 리야 없겠지만

납치된 소년이 노예생활하며 키운 태국산 양식 새우가

자연산 캘리포니아 랍스터처럼 좋을 리야 없겠지만

휴대전화의 필수 원료인 콜탄을 둘러싼 콩고의 비극

아이들을 강제 동원해 살육을 저지르는 참상을 알면서도

후진국의 자원쟁탈전쯤으로 치부하는 우리는 로봇이다  

너 잘났다 얼마나 잘 사나 보자는 비아냥거림 듣기 싫으면

남들처럼 그냥 쉽게 살라는 충고 따위 듣기 싫으면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냐는 소리 듣기 싫으면

아닌 건 아니다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 하네 유난 떨지 말라 하네

세상은 스위치와 같아서

한쪽이 켜지면 다른 쪽은 꺼져야 한다 하네

ON의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라 하네

원전에서 제일 멀고

사드에서 제일 멀고

쓰매에서 제일 멀고

방폐에서 제일 멀고

보육원 특수학교 도축장 교도소 화장터도 멀고 먼

우리는 지상 천국에서 살고 있다네

 

사스시 메르스구 코로나동에서

처음으로 죽음을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처럼  

 

 

S#. 핫 스팟

 

G포인트에서 돌아온 J씨와 L씨에게 약이 든 간식을 주어야 합니다 성공하려면 마법이 필요해요 시차 적응을 위한 자숙기간은 끝났습니다 조금씩 할부로 죽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직선을 좋아하는 족제비는 곡선에 맞아 죽을 운명입니다 너구리 오소리 담비 수달은 한통속입니까 야만을 공유한 문명의 패악은 태워짐이 마땅하지요

디스토피아행 마지막 열차가 지금 막 사십 번째 사타구니를 통과하고 있어요 발사각을 조심하세요 엄한 데서 터질 수도 있으니

전대미문의 동시패션은 노 바디 벗 유─

실시간으로 좋아해 주거나 아니면 모른 척 하세요 동시상영극장의 스크린은 처음부터 하나였기에 동시상영은 불가능해요 눈알이 두 개라고 해도 이건 오류일 터

두 편 연속상영극장이 옳습니다 한손은 담배 물고 또 한손은 수음하던 아름다운 풍경은 1985년의 변두리극장이니까 가능했지요 일요일 한나절 점심과 저녁은 컵라면에 김밥이면 행복했던 지명수배자들의 시절, 쌈마이 영화에서 에로와 폭력을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산딸기2의 부용이와 영웅본색의 소마가 맞짱을 뜨면 누가 이깁니까 싸우느니 협상을 통해 Win-Win함이 옳지 않을까요

그들의 봄날은 18951117일처럼 허무할 예정입니다 작자미상은 지구를 정복하고 화성에서 24일 코스로 우주연수 중이니 마이크를 꺼주세요 지적 장애어른은 3차 보충교육을 반드시 이수하셔야 속옷이 깨끗해집니다 곧 맥박이 멈추기 직전이니까요 훈련 상황을 보고하십시오 수의가 떠오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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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면 절대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빨간 J의 얼굴

 

한 번 들으면 결코 까먹을 수 없는 빨간 L의 이름

2020 핫 스팟  

 

 

S#. 걸레와 쓰레기통

 

걸레도 손수건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되었다

걸레는 애초부터 걸레로 태어나지 않았다

더러운 것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이후 걸레로 불리게 되었다

걸레는 처음부터 더러운 것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었다

‘걸’ 음절과 ‘레’ 음절은 다른 음절과 결합되어

예쁘고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걸’과 ‘레’는 궁합이 나빠 서로 면목이 없게 되었다

걸레가 더러운가

걸레에 들러붙은 오물이 더러운가

쓰레기통은 밥통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되었다

쓰레기통이 더러운가

쓰레기통에 들어간 쓰레기가 더러운가

손수건이 될 수 있었으나 한 번 오물이 묻은 이후

걸레가 되고 만 운명─

밥통이 될 수 있었으나 한 번 쓰레기가 들어간 이후

쓰레기통이 되고 만 운명─

한 번 걸레는 영원한 걸레

한 번 쓰레기통은 영원한 쓰레기통

몸 파는 아이가 더러운가

몸 사는 어른이 더러운가

쓰레기 줍는 청소부가 더러운가

버린 쓰레기 주워 먹는 고관대작이 더러운가

우리는 걸레인가 걸레에 붙은 오물인가

우리는 쓰레기통인가 쓰레기통에 담긴 쓰레기인가

 

 

S#. 구조 우선순위

―『2061 재난대응매뉴얼』중에서

 

Data

 

VIP

여성

아이

임산부

노약자

반려동물

로봇

반려식물

남성

 

 

 

 

 

 

 

 

 

 

 

■ 시인 소개

본 명 : 김성백 ()

약 력 : 1970년 서울 출생

           건국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2018년 계간『시현실』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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